나의 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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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2 11:55
 On 20 창간호에 "진보/보수가 아닌 '변화'의 패러다임을 원한다"라는 글이 실렸어. 이번 총선의 형태를 보면서 20대의 모습을 분석하는 글이었지. 주로 3가지의 내용으로 압축될 수 있는데, 하나는 진보/보수의 패러다임을 넘어서는 생각을 한다는 점. 은 정책이나 정당이 아닌 인물을 보고 투표한다는 점. 은 결국 기존의 '사고방식'을 뛰어넘는 변화를 갈구하는 20대의 모습을 말했어. 그런데 나는 이 생각에 동의하지 않아. 왜? 이제, 그 이유에 대해 이제 쓰려고 해.

사회적 맥락을 읽어내지 못하는 20대

 위 글을 보면, 이런 말이 나와. "기여 입학제를 부당하다고는 생각하나 그것으로 자신의 상황이 좀 나아지면 받아드릴 수 있다. 재벌경영이 부당하나 삼성이 망하면 자신에게도 피해가 간다는 것,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나 경제성장이 먼저 되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되고 있다. 과거 진보/보수의 논리구도에서 성립이 되지 않는 상황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 예는 20대가 과거의 진보/보수의 구도에서 벗어나 있음을 말해주는 것일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3가지 질문을 해보자. 하나. 대학 등록금이 많은 이유가 '기여 입학제'를 하지 않기 때문일까? 둘. 부당한 재벌경영을 하는 모기업 회장. 그 회장 없으면 굴러가지도 못하는 회사가 '정상'적일까? 또, 그런 대기업이 무너지면 한 국가 경제 자체가 위협을 받는 현실이 '정상'적인 것일까? 우리가 해야 할 것은 '회장 없으면 굴러가지 못하는 회사'의 부정을 인정해주고, '한 기업 없으면 굴러가지 못하는 국가 경제'를 유지하는 걸까? 아니면 '회장 없어도 잘 굴러가는 건실한 회사'와 '한 기업이 무너져도 굳건히 버티는 국가 경제'를 만드는 일일까? 셋. 비정규직이 양산되는 것은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의 시대에도 부족해서, '3만 달러, 4만 달러'의 시대가 오지 않기 때문일까? 아니면, '사회적 부'와 '노동 정책'이 잘못되기 때문일까? 다른 선진국들은 3만 달러, 4만 달러의 시대가 되었을 때야 비정규직이 사라지기 시작했을까?

 이렇듯 예시로 나온 '20대의 생각'은 진보/보수의 틀에서 벗어난 생각이 아니라, '사회적 맥락'을 읽어내지 못하는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봐. 사회적 맥락을 읽어내지 못하는 20대, 그들은 이런 질문을 하지 못해. 왜? 우리가 다니는 학교의 등록금이 많을까? 왜? 국가는 대학교 등록금의 지원에 인색할까? 왜? 주식회사인 대기업은 회장 없이는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걸까? 왜? 국가는 대기업이 없으면 버틸 수 없는 경제구조를 지니게 된 것일까? 이게 좋은 방향일까? 왜? 국가 경제는 성장하는데, 비정규직은 늘어나는 것일까? 성장을 하면 우리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일까? 이런 질문을 하지 못하는 '파편화된 사고'를 하는 많은 20대이기에 자기모순적인 생각을 한다고 생각해. 개인의 '성공'을 위해 살아가고, 그렇기에 '자기계발'에 모든 것을 힘쓰는 20대는 진보/보수라는 사회적 맥락의 생각을 배제한 체, 살아가지. 결국, 예시에 나온 20대의 생각은 진보/보수의 프레임을 벗어나는 게 아니라, '사회적 맥락'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정당과 정책이 아닌 '변화를 일으킬 것 같은 인물'을 지지하는 20대?

 또한 "진보/보수가 아닌 '변화'의 패러다임을 원한다"라는 글을 보면, 20대의 대선 투표성향을 분석하면서 20대가 지난 대선과는 달리, 이명박 후보에게 쏠린 이유가 기존의 '정당과 정책'이 아닌, '변화를 일으킬 것 같은 인물'을 선택했다고 말해. 미국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는 대선 후보 오바마와 비교하면서 "자수성가형 인물과 거침없는 도전과 변화의 메시지를 가진 인물이다"라고 말하지. 또한, 재학생의 인터뷰를 담으면서 진보/보수는 잘 모르지만, 당에 휩쓸리지 않는 소신 있는 인물을 이 좋다는 글을 싣지.

 그런데 이것은 내가 보기에는 "무엇을 바꿔야 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변화'가 일어나야 하지 않을까?"라는 식의 생각으로 보여. 이건 잘못된 것이 아닐까? 일단, '인물 투표'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한국은 정당정치제도야. 각 정당이 대표하는 이해관계를 의회 속에서 조정하면서 분배하는 구조이지. 그런데 '정당'을 생각하지 않는 소신 있는 인물투표? 어떤 한 현황에 대해서 '당의 의견'을 따르지 않고 '소신' 있게 행동하는 국회의원이 얼마나 될까? 또한, 그게 '큰 의미'를 지닐 수 있을까?

 또한, '정책'을 보지 않는 '변화를 일으킬 것 같은 의원'이라는 맥락을 보자. 사실, 예전에도 이런 투표는 '20대'가 아니더라도 많이 있었어. 기존 거대 여당과 거대 야당의 다툼 속에, '변화'의 이미지를 얻은 '야당'의 당선이 많았던 거지. 역사를 올라가 보면, 4·19 이후 선거에서 대규모로 '야당'이 당선이 되었고, 장면 내각정부가 구성되었다. 그런데? 달라진 것은 있었나? 미안하게도 독재자는 사라졌겠지만, 정책은 다를 게 없었어. 어차피 똑같은 '보수주의자'였던 거야. 이렇게 '변화의 이미지'를 지지하는 유권자는 많았어. 그 속에서 '꼭 지키도록 노력할 정책'을 보지 않는다면 이런 '변화 이미지'의 역사는 반복될 뿐이지. 참고로, 17대 국회의원에서는 '초선' 당선인(변화 이미지의 산물!)이 많았어. 그래서? 달라진 것은? 역시나, 국회의사당은 폭파해야 할 건물이라는 재인식?

20대, 이제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때다.

 물론, 모든 20대가 위와 같다는 말은 아니야. 하지만, 적어도 "진보/보수가 아닌 '변화'의 패러다임을 원한다"라는 글에서 의미하는 20대의 모습은 그렇다는 거지. 위 글에서도 말했다시피, 20대는 '변화'를 원해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를 원한다구. 그리고 기존의 386세대와 유신세대와는 다른 생각을 하며, 호남-영남의 지역성에서 자유로운 생각을 지녔지. 그러니까 이제는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때야. 파편화된 개인의 욕망에서 벗어나서, 사회적 맥락을 읽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생각해야 해. 그리고 나서 진정으로 자신을 위해서, 20대를 위해서 무엇이 '변화'해야하는지를 외쳐야 해. 위 글에서 "변화는 직관"이라고 했어. 무엇인가 세상이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직관'으로 알았으면, 무엇이 변화해야 하는지는 '이성'으로 고민해봐야 해. 그리고 나서 변화에 대한 '이성적' 고민을 '인물'이 아니라 '정책'과 '정당'에 투사해야 해. 나는 그것이야말로, 우리 20대를 무시하는 기존 기득권에 대해 '제대로 된 저항'을 하는 방법이라고 믿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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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4/23 18:47 | PERMALINK | EDIT/DEL | REPLY
비밀댓글 입니다
BlogIcon 여울바람 | 2008/04/23 22:18 | PERMALINK | EDIT/DEL
음..저도, '운동권의 엘리트'주의라던지, 기존 학생들을 배척하는 것 등의 문화는 싫어합니다. 본인 자체도 성향에 맞지 않고..
하지만, 레피니언 포스트에 나온 그 글에 나온 '20대'는 그렇게 긍정할 부분이 아니라는 거죠. 20대에 긍정하려면 제대로 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하자고 생각하는 겁니다. 제가 볼 땐 그건 '무조건 긍정'한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요. 기존 우파...는 이미, 20대의 사회참여를 포기한 듯 싶은데요-_-; 기존 좌파도..뭐, 거의 낙담수준이고. 오죽 했으면 '우석훈'아저씨가 '막장세대'라고 이름 붙이려 하고 같은 20대인 박권일 씨가 88만원 세대가 의미없다고 하는 거였을까요. 저는 제가 우파적 시각 혹은 엘리트적 시각이라고는 생각안해요.
20대가 긍정할 부분이 있다면, '희망청', '하자센터', '사회적 기업' 등등, '다양성'을 도전하는 데 있다고 보고 있구요. 저는 그것에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단순히 20대의 '사회적 맥락'을 잊는 삶, '정책'도 보지 않고 '인물'만 보는 건 희망이 아니라는 거죠.
20대를 자학하고 꾸짖는 게 아니라 20대의 희망은 다른 곳에 있다는 글이였습니다. 뭐..다르게 받아들이셨다면, 제 글 솜씨가 많이 부족한 거겠죠..
BlogIcon 여울바람 | 2008/04/23 22:22 | PERMALINK | EDIT/DEL
덧붙여서, '사회적 맥락'을 읽어내는 게 꼭 운동권이 아니여도 되잖아요?-_-; 예를 들어, 유럽같은 경우는 사회와 구조에 대해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당연'스레 하고,(탄탄한 인문학 교육) 배경지식이 많으며, 스펙트럼도 녹색당부터 공산당까지 다양하지 않나요?
미안하지만, 현재 한국의 20대와는 많이 다르다는 거죠.모든 이들이 자본론을 읽고 감명을 받아야된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_-; 개인적으로 저도...음..그렇구요.
BlogIcon LIVey | 2008/04/25 16:15 | PERMALINK | EDIT/DEL | REPLY
고등학생때부터 사회적맥락을 읽어내는 능력 가지고 싶었는데...아직 많이 부족한것 같아요^^
저도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사회적인 이슈들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언제쯤 생길지...ㅠㅠ
BlogIcon 여울바람 | 2008/04/26 14:45 | PERMALINK | EDIT/DEL
어려운 게 아니에요.;_; 평소에 꾸준히 자신과 사회의 관계, 연결을 관심을 갖으면 자연스레 알게 될꺼라 생각해요.
냐옹이 | 2008/04/30 13:37 | PERMALINK | EDIT/DEL | REPLY
학교에서 온20을 처음 집어들고 글을 보다가 정말 공감하고 좋다고 생각해서 한 걸음에 달려왔어요.

글 정말 잘 봤습니다.

20대가 꼭 정치에 관심을 갖고 전문적으로 공부를 하고 행하지 않더라도, 유권자로서 권리를 행할 수 있는 정도의 사고는 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봐요. 주위를 보면 정치라는 것은 나와 멀다는식으로 무관심하거나 극단적으로 치우치거나 하는 분위기가 당연시 되어 있어요. 아주 당연하고 기본적인 부분조차 놓치는 기분이에요. 기본을 바탕으로 좀 더 넓고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20대에 자리잡았으면 하는 바람이 들어요. 그러한 의미로도 글 정말 잘 봤어요. 저도 글쓴 분 처럼 문제를 잘 짚어내고 한 발짝씩 더 생산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이 배양되었으면 좋겠어요 :)
BlogIcon 여울바람 | 2008/04/30 16:42 | PERMALINK | EDIT/DEL
저도 여러모로 많이 부족합니다. ;ㅅ;

20대에 '무력한 냉소주의'가 아닌 다른 무언가가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두근거리는! '청춘'스러운 그런 무언가가 지금은 '실종'되었어요. 물론, 이것은 '개인'의 탓만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 구조를 하나 둘 바꾸기 위한 '시야'가 필요한 시점이에요..

저도, 그걸 늘리기 위해 열심히...=_+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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