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ue&Monster - 수요자들의 실제 삶과 네트워크, 심지어는 장르적인 절차탁마에도 관심 없이 '일단은 팔리니까 남발하는, 서사 아닌 오락'들의 끝 역시 미국발 금융 위기와 비슷한 파국을 맞지 않을까 / 윤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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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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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3 22:03
 한편, 저 팩트와 진단들이 묘하게도 작금의 매체 풍경에 대입된다. 좀 뜬금 없는 소리로 들릴 수 있겠지만, '주택'을 '개인의 취향 내지는 미감'으로, '대출'을 '오락의 제공', '파생상품'을 '하이 컨셉의 아이템', '신용 팽창'을 '늘어난 윈도우' 등으로 바꾼다면, 수요자들의 실제 삶과 네트워크, 심지어는 장르적인 절차탁마에도 관심 없이 '일단은 팔리니까 남발하는, 서사 아닌 오락'들의 끝 역시 미국발 금융 위기와 비슷한 파국을 맞지 않을까 싶다.

 '공공재에 대한 배려 없이' '트렌드의 획일화에 따른 매체상품의 성장'만을 추구할 경우 매체 순환의 근거가 되는, 그러니까 모기지론으로 치면 최초의 주택인 셈인, 수요자들의 취향과 미감은 협소해지거나 낮아진다. 즉,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특정 규모와 장르의 매체상품만이 편향되게 제작되는 현상이 지속된다면, 지속적으로 수요자들의 취향이 획일화되어버리고 수요자 개발에 실패한 문화장르는 그 현재의 시장규모마저 축소되며 결국은 시장 자체의 안위가 위태로워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는 이 사례들을 충분히 알고 있다. 언젠가부터 처세서적 따위로 입에 풀칠하게 된 출판시장 (소비자들이 '좋은 문장' 에는 관심을 두지 않도록 유도한 게 누구인가), 최고 인기라는 가수의 노래조차 특정 소비자층 외에는 그닥 흥얼거리지 않는 대중가요판 (게다가 그나마의 수요층도 미니홈피나 컬러링으로 그 싱글들을 소비할 뿐), 검증된 옵션을 자기반복하며 스러지는 예능프로, 그리고 와이드 릴리즈로 치고 빠지던 한국영화. 이택광 교수의 '서사라는 무덤 위에 새겨진 묘사라는 비문'을 요런 데 대입해서 읽어도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공공의 기반을 스스로 갉아먹은 종사자들에게도 그나마 상식이 있다면 보다 제대로 된 서사에 대한 고민을 해야할터인데, 이어지는 꼼수들. '결과물'이 콘텐츠가 되는 게 아니라 '어떤 국제적인 결과물을 낳을 지도 모르는 이 사람의 가능성이 너의 귀감이 될 지도 몰라'가 콘텐츠가 되는 것. 즉, 그 사람이 이룩한 서사가 그 사람을 평가하는 프로필이 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프로필..이라기보다는 실은 프로필을 뻥튀기 한 것이 그 사람의 서사가 되는 기묘한 (그리고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역전 현상.

 '세계최고 동양최대''국내 최연소, 국내 최초''등의 타이틀 마케팅이 그렇고 '지금 저는 미국에 한국을 알리고 있어요'식의 마케팅이 그렇고 무슨 전경련 대학생 리더스클럽이 그렇고 욘사마 여자친구였다는 영화과 졸업생이 그렇고 다른 방향처럼 보이지만 실은 같은 메카니즘으로 강의석이 그렇고 디 워가 그렇고 황우석이 그렇고 홍정욱이 그렇고 결정적으로 이명박이 그렇다 (충무로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여러분들, 우리가 놈놈놈 앞에선 안 그랬는지 가슴에 손을 대고 생각해보아요). 제 서사의 수요자들을 문화적 식견이 약한 개인으로 만들어서 문화상품을 팔아 먹으려는 이 끝이 보이는 전술들..의 진짜 끝은 어디일까. 우리의 어떤 부분들은 그냥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으로 살게 해주세요

- 윤성호 (영화, 은하해방전선 감독)


*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금융 위기. 그 너머에 있는 문화적 배경에 대한 윤성호 감독의 통찰이 절묘하다. 어쩌면 '경제 위기'는 보이는 모습. 다시 말해, 이 허상을 쫓는 문화의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 빙산이 그 모습을 천천히 드러낼 때, 우리 사회는 엄청난 혼란에 휩쓸릴지도. 아니, 그 혼란을 인지할 수 있는 이가 단, 한 명도 남아있지 못해서 '인지하지도 못한 채로' 위험한 길로 접어갈 지도 모르지.

 책, 음악, 방송, 영화 그리고 나머지 '언론 혹은 미디어'. 우리가 만드는 것이기도 하면서, 우리를 만드는 것이기도 한 문화. 환상은 넘치고, 다양성은 사라지고, 욕망은 늘어간다. 이 문화의 미래는 밝지 않다는 것 쯤은 엘리트가 아니더라도(다시 말해서, 똑똑하지 않더라도) 알 수 있다. 뻥튀기 된 서사를 욕망하지 않는 마음만 갖는다면 말이다.

 이성을 만드는 지식을 증오하면서, 감성을 만드는 감각도 존재하지 않는다. 퇴화하는 시대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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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Icon simock | 2008/10/04 03:10 | PERMALINK | EDIT/DEL | REPLY
엮인 글 보고 들어왔어요, 근데 '서사라는 무덤 위에 새겨진 묘사라는 비문' 은 제 말이 아니라 이택광 교수의 '한국문화의 음란한 판타지'라는 저작에서 인용한 문장. 글에 밝혀놓긴 했지만 혹 스킵하는 분들은 저 괜찮은 명제를 제가 발설한 걸로 오해할 듯해 저어되네요.
BlogIcon 여울바람 | 2008/10/04 07:18 | PERMALINK | EDIT/DEL
음….
글에서도 밝혀 놓았지만,
그게 우려되신다면 제목을 바꾸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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