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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08 19:36
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소담출판사


은사자들

 책의 얼굴인, 첫 페이지. 그 속에는 '은사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기존 사자들과 달리, 색소가 희미한 은사자. 그 '다름' 때문에 사자들 무리에서 따돌림을 받지요. 그래서 은사자들은 그들끼리 모여서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간다' 라는 이야기입니다. 본문에도 등장하는 '은사자 이야기'는 무츠키를 비롯한 '게이'들의 삶을 암시하는 듯합니다.

 맞아요. 쇼코의 남편인 무츠키는 '게이'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사귄 '곤'이라는 애인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아내'인 쇼코는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버럭, 화를 내었을까요? 당장,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으라고 윽박질렀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무츠키의 애인인 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합니다. 종종, '곤 씨랑 고양이가 싸운 이야기'등을 반복해서 들을 정도지요. 조금, 이상하게 느껴지시나요?

사실, 무츠키만큼 쇼코도 '다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언제나 알코올과 함께 사는 쇼코. 그동안 수없이 정신과에 다녔었지만, '알코올 중독'이 아니며, '정상적인 범위를 넘지 않는 정신병'이라는 이상한 진단만 받습니다. 이러한 사정이기에 쇼코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러니까 이런 거다. 알코올 중독에 걸린 아내와 호모 남편, 참 내, 그야말로 끼리끼리다."

 기묘한 두 사람. 아니, 무츠키의 애인인 곤까지 합쳐서 세 사람의 이야기는 기묘하고도 기묘합니다. 이들은 조금, 다릅니다. 쇼코까지 포함해서요. 마치, 무리에서 떨어져 사는 은사자들처럼 말이죠. 책의 말미에 무츠키 아버지는 쇼코에게도 '은사자의 모습'이 느껴진다고 말합니다. 쇼코가 '게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하지만, '무리에서 떨어진 은사자의 모습'에는 일치하지요. 이렇듯, 『반짝반짝 빛나는』은 은사자들의 평범한 일상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단지, 은사자가 아닌 사자들이 볼 때는'기묘'하게 보일 뿐이죠.

사랑이 뭘까?

 저는 이 '은사자들'의 삶을 보면서, 그동안 꼭꼭 눌러두었던 질문이 튀어 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바로, '사랑'에 대한 질문입니다. 기나긴 세월동안 수많은 이들은 이 질문을 했을 테죠. '사랑이 뭘까?'. 지금쯤은 알 법도 한데, 정말이지, 저는 모르겠어요. 영화 '아는 여자'에서 '동치성'은 말합니다. "난 첫사랑이 없다." 그 동치성의 마음과 비슷하달까요. 지금까지, 누군가를 '사랑했었노라'라고 성급히 말할 수 있는 '믿음'은 없습니다. 다만, 그게 '사랑'이 아니었을까고 되묻는 '행동'만이 남았을 뿐이죠.

 저는 궁금했습니다. 쇼코와 무츠키와의 관계는 사랑일까요 아닐까요. 사회적 시선으로 본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겠지요. 무츠키는 쇼코를 한 번도 안지 않았고, 그 흔한 키스조차 안 했을 뿐더러 무엇보다 무츠키는 '게이'이니까요. 처음의 그들은 참, '쿨'합니다. 서로 애인을 자유롭게 갖는 결혼 생활, 무츠키가 밤늦게 들어오지 않아도 기다리지 않는 쇼코, 쇼쿄에게 애인을 권하는 무츠키…. 이러한 삶은 쇼코의 독백에서 잘 드러납니다.

[각주:1]"이런 결혼 생활도 괜찮다, 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아무것도 추구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잃지 않는다. 아무것도 무섭지 않다. 불현듯, 물을 안는다는 시아버지의 말이 떠올랐다."

 그런데 이야기가 흐를수록 '쿨함'은 '애매함'으로 변해갑니다. 어느 날 쇼코는 새벽까지 무츠키를 기다리기도 하고, 쇼코를 생각해서 쇼코의 옛 애인을 만나게 한 '무츠키'를 '용서할 수 없는' 감정을 느낍니다. 물론, 무츠키의 '게이'인 모습을 원망하거나 싫어하는 게 아닙니다. 무츠키의 '애인'인 곤도 좋아하고, 무츠키가 '곤'을 만나는 것도 좋아하는 쇼코이니까요. 무슨 말인지 아시겠어요? 쇼코는 '게이'인 무츠키를 좋아하는 겁니다. '게이'부분을 뺀 무츠키가 아닌, '곤'을 애인으로 둔 '게이 무츠키' 그 자체를 좋아하는 것입니다. 그 감정을 '쿨함'이라 표현할 순 없을 겁니다. 마침내 쇼코는 이러한 독백을 합니다.

[각주:2]"나는 그저 무츠키와 함께 둘만의 생활을 지키고 싶을 뿐이다. 잃을 것이 하나도 없었어야 할 우리의 결혼 생활. 나는 무츠키를 만나기전까지는 무언가를 지킨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 보지 않았다."

 무츠키와 그 애인인 곤은 어떨까요? 무츠키는 자상합니다. 크리스마스날, 쇼코는 선물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는데 비해, 무츠키는 항상 빼먹지 않습니다. 게다가 항상 쇼코가 좋아하는 것을 선물하지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쇼코가 계속 우울함에 빠져 있을 땐, 쇼코의 옛 애인을 만나게 해주기까지 하지요. 물론, 그 때문에 쇼코는 무척 가슴 아퍼하지만…. 무츠키는 쇼코를 싫어하지 않습니다. '함께 사는 가족'으로서 쇼코를 좋아합니다.

 곤도 쇼코를 마음에 들어 합니다. 곤의 입장에서 쇼코는 '애인의 아내'입니다. 얼마든지 질투를 할 수 있는 위치이지요. 그런데도 쇼코와 곤은 사이가 좋습니다. 그냥, 친절한 사이가 아닌, 함께 있으면 편한 사이랄까요. 쇼코는 무츠키와 단둘이 시간을 보내는 것보단, 곤을 불러 셋이 함께 있는 시간을 더 좋아합니다. 쇼코에 있어서 '곤'이 없는 무츠키는 무츠키가 아닙니다. 무츠키를 좋아하는 만큼, 무츠키와 함께하는 곤도 좋아하지요. 이런 쇼코를 곤도 싫어하지 않습니다.

 이 기묘한 풍경에서 '사랑'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알 듯 모를 듯, 애매한 감정만이 흐릅니다. 어쩌면, 이들의 감정 속에는 '은사자가 아닌 사자'들이 생각하는 '사랑'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은사자들'에게 있어서 사랑은 쇼코의 독백 속에 그 힌트를 알 수 있습니다.

 [각주:3]"무츠키처럼 선량한 사람한테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일지도 모른다. 가족으로서의 자상함과 우정, 그저 그뿐인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나는, 때로 견딜 수없이 괴로워진다. 온몸이 애처로운 과일처럼 되어버린다."

 [각주:4]"무츠키와 잘 수 없어서가 아니라, 이렇게 태연하고 부드럽고 자상한 무츠키를 견딜 수 없다. 물을 안는 기분이란 섹스가 없는 허전함이 아니라, 그것을 서로에 대한 콤플렉스라 여기고 신경을 쓰는 답답함이다."

 쇼코에게 있어서 무츠키의 '가족으로서의 자상함과 우정'은 자신을 괴롭게 합니다. 그에 대해 두 번째 독백에서 잘 나와있습니다. '섹스가 없는 허전함이 아니라, 그것을 서로에 대한 콤플렉스라 여기고 신경을 쓰는 답답함'으로 구체화된 무츠키의 자상함이 쇼코는 괴롭습니다. 다시 말해, '신경을 쓰지 않았으면'합니다. 이야기 속에서 쇼코는 항상 말합니다. '그냥 이대로 계속 되었으면 좋겠다.' 쇼코는 무츠키와 함께 있는 삶이 무척 마음에 듭니다. 그래서 '약간의 무리'를 해서라도 부모님을 '거짓'으로 납득시키고 무츠키와 함께 있으려 합니다. 물론, 곤도 함께요.

 이 기묘한 이야기. 사랑인지 아닌지 알쏭달쏭한, 사랑이 무엇인지 질문을 하게 만드는 이야기의 마지막은 더욱 기묘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무츠키와 함께 사는 쇼코. 그들이 사는 아파트 바로 아래층에는 무츠키 애인인 곤이 살고 있습니다. 쇼코는 남편 그리고 남편의 애인과 함께 살며, 무츠키는 아내 그리고 애인과 함께 살며, 곤은 애인과 애인의 아내와 함께 살아갑니다. 이렇게 이야기는 끝이 나는 지금, 아직도 저는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겠어요. 다만, 저 기묘한 풍경 속에 '사랑'이 어디엔가 놓여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듭니다. :)




어쩌면, 이제는,
사랑이 무엇일까 라는 질문보다
사랑이 어디에 놓여 있을까
라는 질문을 해야 되는 걸까요?






  1. 『반짝반짝 빛나는』(소담출판사, 56p) [본문으로]
  2. 『반짝반짝 빛나는』(소담출판사, 171p) [본문으로]
  3. 『반짝반짝 빛나는』(소담출판사, 183p) [본문으로]
  4. 『반짝반짝 빛나는』(소담출판사, 183p) [본문으로]
Favicon of http://www.tnfoutletstoreus.com BlogIcon north face outlet | 2012.12.05 16:50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기원전 6세기에서 시작해 2500여년 간에 걸친 심오한 인간 정신의 역사, 인간과 세계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와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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