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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22 19:00
나는 누구인가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지음, 백종유 옮김/21세기북스(북이십일)

'철학가'가 아니야.
'철학가의 질문'인 거야!

 어렸을 적에, '나는 누구일까?' 라는 질문을 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그 질문의 끝 자락에는 내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어디서 왔는지와 같은 또 다른 물음들이 따라붙지요. 지금까지 우리의 '부끄럼쟁이' 부모님들을 당혹게 했던 질문들 말이에요. 또한 "당연하잖아!"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시는, 옛 선생님들을 화나게 했던 질문들을 기억하고 계실 거에요. 수업 시간에 방해된다고, 쓸데없다고, 당연하다는 절대적 계율 아래 죄악시되었던 많은 질문…. 『나는 누구인가』는 그 질문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철학책입니다.

 철학! 도무지 내가 사는 세상 이야기가 아닌 듯한 외계어. 이런 생각을 하고 계실지도 모르겠어요. 여기서 질문! 철학은 소크라테스일까요? 철학은 데카르트일까요? 철학은 비트겐슈타인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것은 '철학을 가리키는 손가락'일 뿐, 결코 철학이 아닙니다. 앞에서 제가 어렸을 적에 '부끄럽쟁이 혹은 버럭쟁이' 어른들을 당황하게 했던 질문을 한 기억들이 있었느냐고 물었죠? 바로, 그때 했던 질문들이 철학입니다. 지금 기억되는 '철학가'들은 단지, 그 질문을 근성 있게 물고 늘어지면서,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자신만의 답을 내보았기에 유명한 것이죠.

 그래서 '철학 입문서'를 위해 쓰인 이 책의 구성은 철학가들도 철학사도 아닌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철학가와 그 역사'는 어디까지나 '철학'이라는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으로만 쓰일 뿐이지요. 이 '철학책'은 손가락의 하나하나 모습까지 알아야 한다고 윽박지르지 않습니다. 그저, 어렸을 적에 했던 질문들, 당연하다는 말 아래, 쌓아놓고 바라보지 않는 질문들, 그 잊어버린, 외면한 '궁금증'을 다시 꺼내기만 하면 됩니다.

지식을 넘나들며 질문하기

 질문은 궁금증의 소재를 가리지 않습니다. 세상에는 학문이 참 많지요? 그만큼 질문들이 다양하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아는 '철학'이란 것은 어떠할까요? '철학 학문'이 할 수 있는 질문으로 한정되어 있지 않습니까? 옛 철학자들은 아는 모든 '지식'을 통해서 질문하고 사유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철학이라 규정되는 한정된 지식'만을 통해 질문하고 사유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이에 대해 책의 저자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는 말합니다.

 "대학이 허용하는 '전공분야'로서의 철학은 여타의 학문세계에 대하여 부자연스러운 장벽을 쌓음으로써 자기 영역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내가 전공했던 철확과 교수님들은 칸트와 헤겔의 이론에 근거를 두고 인간의 의식을 설명하고자 하였는데, 이에 비해서 의과대학에 소속된 동료 교수들은 뇌에 손상을 입은 환자의 사례를 들어서 시사점이 풍부한 연구를 시도하고 있었다. 대학교 내에서 의과대학과 인문대학의 물리적인 거리는 기껏해야 800미터에 불과히지만, 의학과 인문학 사이의 거리를 좁힐 방법은 까마득해 보인다. 서로 다른 대학에 소속된 교수들은 서로 전혀 다른 별에 살고 있는 셈이어서 서로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_ 『나는 누구인가』,  11p

 옛날 학문이 시작되었을 무렵에는 모든 학문의 '어버이'는 '철학'이었습니다. 그래서 옛날 철학가들은 '철학이라는 전공학문'이 아니라, '다양한 지식'들을 연결해서 '철학'이라는 '질문'을 만들어냈어요. 그게, 철학의 진짜 모습인 겁니다. 그래서 『나는 누구인가』는 지식을 편식하지 않습니다. '철학 학문'에서 논의하는 지식뿐만 아니라, 심리학, 뇌신경 생물학 등 '질문'을 더 깊고 넓게 만드는 것들이라면 무엇이든 받아들입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세상 모든 지식을 통한 질문을 하는 것. 바로 그 점이 이 책이 '철학책'으로써 가지는 장점입니다. 저자는 단순히 철학가만이 아니라, 언론인입니다. 게다가, '2000년에 바이오 의학과 관련하여 언론인에게 주는 상을 수상'했다는 이력 속에서도 저자의 폭넓은 지식을 유추할 수 있지요.


 질문을 중심으로 사유하기. 지식을 가리지 않고 사유하기. 이 책이 지니는 2가지 큰 특징은 결국, '철학'을 위해 필요한 것들입니다. 결국, 저자는 『나는 누구인가』를 통해, 많은 이들이 철학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철학이라는 것은 철학가와 철학사를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다양한 지식을 활용해서 '질문할 줄 아는 능력'을 말합니다. 그 질문을 통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의 즐거움. 바로 이러한 철학의 매력을 저자는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었을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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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관념론과 헤겔, 마르크스주의와 실존주의까지. 기원전 6세기에서 시작해 2500여년 간에 걸친 심오한 인간 정신의 역사, 인간과 세계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와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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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어 것, 특히 어린 아이들을위한 매우 자연입니다. 저요? 누군가가 내가 누군지 묻는 나 다른 질문 할 때마다 나는 종종 엄마 뒤에 숨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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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08 19:36
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소담출판사


은사자들

 책의 얼굴인, 첫 페이지. 그 속에는 '은사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기존 사자들과 달리, 색소가 희미한 은사자. 그 '다름' 때문에 사자들 무리에서 따돌림을 받지요. 그래서 은사자들은 그들끼리 모여서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간다' 라는 이야기입니다. 본문에도 등장하는 '은사자 이야기'는 무츠키를 비롯한 '게이'들의 삶을 암시하는 듯합니다.

 맞아요. 쇼코의 남편인 무츠키는 '게이'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사귄 '곤'이라는 애인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아내'인 쇼코는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버럭, 화를 내었을까요? 당장,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으라고 윽박질렀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무츠키의 애인인 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합니다. 종종, '곤 씨랑 고양이가 싸운 이야기'등을 반복해서 들을 정도지요. 조금, 이상하게 느껴지시나요?

사실, 무츠키만큼 쇼코도 '다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언제나 알코올과 함께 사는 쇼코. 그동안 수없이 정신과에 다녔었지만, '알코올 중독'이 아니며, '정상적인 범위를 넘지 않는 정신병'이라는 이상한 진단만 받습니다. 이러한 사정이기에 쇼코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러니까 이런 거다. 알코올 중독에 걸린 아내와 호모 남편, 참 내, 그야말로 끼리끼리다."

 기묘한 두 사람. 아니, 무츠키의 애인인 곤까지 합쳐서 세 사람의 이야기는 기묘하고도 기묘합니다. 이들은 조금, 다릅니다. 쇼코까지 포함해서요. 마치, 무리에서 떨어져 사는 은사자들처럼 말이죠. 책의 말미에 무츠키 아버지는 쇼코에게도 '은사자의 모습'이 느껴진다고 말합니다. 쇼코가 '게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하지만, '무리에서 떨어진 은사자의 모습'에는 일치하지요. 이렇듯, 『반짝반짝 빛나는』은 은사자들의 평범한 일상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단지, 은사자가 아닌 사자들이 볼 때는'기묘'하게 보일 뿐이죠.

사랑이 뭘까?

 저는 이 '은사자들'의 삶을 보면서, 그동안 꼭꼭 눌러두었던 질문이 튀어 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바로, '사랑'에 대한 질문입니다. 기나긴 세월동안 수많은 이들은 이 질문을 했을 테죠. '사랑이 뭘까?'. 지금쯤은 알 법도 한데, 정말이지, 저는 모르겠어요. 영화 '아는 여자'에서 '동치성'은 말합니다. "난 첫사랑이 없다." 그 동치성의 마음과 비슷하달까요. 지금까지, 누군가를 '사랑했었노라'라고 성급히 말할 수 있는 '믿음'은 없습니다. 다만, 그게 '사랑'이 아니었을까고 되묻는 '행동'만이 남았을 뿐이죠.

 저는 궁금했습니다. 쇼코와 무츠키와의 관계는 사랑일까요 아닐까요. 사회적 시선으로 본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겠지요. 무츠키는 쇼코를 한 번도 안지 않았고, 그 흔한 키스조차 안 했을 뿐더러 무엇보다 무츠키는 '게이'이니까요. 처음의 그들은 참, '쿨'합니다. 서로 애인을 자유롭게 갖는 결혼 생활, 무츠키가 밤늦게 들어오지 않아도 기다리지 않는 쇼코, 쇼쿄에게 애인을 권하는 무츠키…. 이러한 삶은 쇼코의 독백에서 잘 드러납니다.

[각주:1]"이런 결혼 생활도 괜찮다, 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아무것도 추구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잃지 않는다. 아무것도 무섭지 않다. 불현듯, 물을 안는다는 시아버지의 말이 떠올랐다."

 그런데 이야기가 흐를수록 '쿨함'은 '애매함'으로 변해갑니다. 어느 날 쇼코는 새벽까지 무츠키를 기다리기도 하고, 쇼코를 생각해서 쇼코의 옛 애인을 만나게 한 '무츠키'를 '용서할 수 없는' 감정을 느낍니다. 물론, 무츠키의 '게이'인 모습을 원망하거나 싫어하는 게 아닙니다. 무츠키의 '애인'인 곤도 좋아하고, 무츠키가 '곤'을 만나는 것도 좋아하는 쇼코이니까요. 무슨 말인지 아시겠어요? 쇼코는 '게이'인 무츠키를 좋아하는 겁니다. '게이'부분을 뺀 무츠키가 아닌, '곤'을 애인으로 둔 '게이 무츠키' 그 자체를 좋아하는 것입니다. 그 감정을 '쿨함'이라 표현할 순 없을 겁니다. 마침내 쇼코는 이러한 독백을 합니다.

[각주:2]"나는 그저 무츠키와 함께 둘만의 생활을 지키고 싶을 뿐이다. 잃을 것이 하나도 없었어야 할 우리의 결혼 생활. 나는 무츠키를 만나기전까지는 무언가를 지킨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 보지 않았다."

 무츠키와 그 애인인 곤은 어떨까요? 무츠키는 자상합니다. 크리스마스날, 쇼코는 선물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는데 비해, 무츠키는 항상 빼먹지 않습니다. 게다가 항상 쇼코가 좋아하는 것을 선물하지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쇼코가 계속 우울함에 빠져 있을 땐, 쇼코의 옛 애인을 만나게 해주기까지 하지요. 물론, 그 때문에 쇼코는 무척 가슴 아퍼하지만…. 무츠키는 쇼코를 싫어하지 않습니다. '함께 사는 가족'으로서 쇼코를 좋아합니다.

 곤도 쇼코를 마음에 들어 합니다. 곤의 입장에서 쇼코는 '애인의 아내'입니다. 얼마든지 질투를 할 수 있는 위치이지요. 그런데도 쇼코와 곤은 사이가 좋습니다. 그냥, 친절한 사이가 아닌, 함께 있으면 편한 사이랄까요. 쇼코는 무츠키와 단둘이 시간을 보내는 것보단, 곤을 불러 셋이 함께 있는 시간을 더 좋아합니다. 쇼코에 있어서 '곤'이 없는 무츠키는 무츠키가 아닙니다. 무츠키를 좋아하는 만큼, 무츠키와 함께하는 곤도 좋아하지요. 이런 쇼코를 곤도 싫어하지 않습니다.

 이 기묘한 풍경에서 '사랑'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알 듯 모를 듯, 애매한 감정만이 흐릅니다. 어쩌면, 이들의 감정 속에는 '은사자가 아닌 사자'들이 생각하는 '사랑'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은사자들'에게 있어서 사랑은 쇼코의 독백 속에 그 힌트를 알 수 있습니다.

 [각주:3]"무츠키처럼 선량한 사람한테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일지도 모른다. 가족으로서의 자상함과 우정, 그저 그뿐인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나는, 때로 견딜 수없이 괴로워진다. 온몸이 애처로운 과일처럼 되어버린다."

 [각주:4]"무츠키와 잘 수 없어서가 아니라, 이렇게 태연하고 부드럽고 자상한 무츠키를 견딜 수 없다. 물을 안는 기분이란 섹스가 없는 허전함이 아니라, 그것을 서로에 대한 콤플렉스라 여기고 신경을 쓰는 답답함이다."

 쇼코에게 있어서 무츠키의 '가족으로서의 자상함과 우정'은 자신을 괴롭게 합니다. 그에 대해 두 번째 독백에서 잘 나와있습니다. '섹스가 없는 허전함이 아니라, 그것을 서로에 대한 콤플렉스라 여기고 신경을 쓰는 답답함'으로 구체화된 무츠키의 자상함이 쇼코는 괴롭습니다. 다시 말해, '신경을 쓰지 않았으면'합니다. 이야기 속에서 쇼코는 항상 말합니다. '그냥 이대로 계속 되었으면 좋겠다.' 쇼코는 무츠키와 함께 있는 삶이 무척 마음에 듭니다. 그래서 '약간의 무리'를 해서라도 부모님을 '거짓'으로 납득시키고 무츠키와 함께 있으려 합니다. 물론, 곤도 함께요.

 이 기묘한 이야기. 사랑인지 아닌지 알쏭달쏭한, 사랑이 무엇인지 질문을 하게 만드는 이야기의 마지막은 더욱 기묘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무츠키와 함께 사는 쇼코. 그들이 사는 아파트 바로 아래층에는 무츠키 애인인 곤이 살고 있습니다. 쇼코는 남편 그리고 남편의 애인과 함께 살며, 무츠키는 아내 그리고 애인과 함께 살며, 곤은 애인과 애인의 아내와 함께 살아갑니다. 이렇게 이야기는 끝이 나는 지금, 아직도 저는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겠어요. 다만, 저 기묘한 풍경 속에 '사랑'이 어디엔가 놓여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듭니다. :)




어쩌면, 이제는,
사랑이 무엇일까 라는 질문보다
사랑이 어디에 놓여 있을까
라는 질문을 해야 되는 걸까요?






  1. 『반짝반짝 빛나는』(소담출판사, 56p) [본문으로]
  2. 『반짝반짝 빛나는』(소담출판사, 171p) [본문으로]
  3. 『반짝반짝 빛나는』(소담출판사, 183p) [본문으로]
  4. 『반짝반짝 빛나는』(소담출판사, 183p)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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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12 20:24

문장강화
이태준 지음, 임형택 해제/창비(창작과비평사)


글쓰기는 생활도구이다!

- 이태준, 『문장강화』


좋은 글쓰기란 무엇인가?


 글을 잘 쓴다는 것, 그것은 좋은 글을 쓴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그렇다면 좋은 글이란 무엇일까? ‘좋은 글’이라 하면, 무언가 대단한 것이라 생각하기 마련이다. 엄청난 양의 고전이나, 사람들에게 추앙받는 몇몇 글들을 통해 그런 이미지가 생성되었다. 다가가기가 어렵고, 자신과는 매우 동 떨어진 그런 글이 좋은 글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상허(尙虛) 이태준 선생이 쓴 『문장강화』에서 좋은 글이란, 대단한 것이 아니다. 글이라 하면 시나 소설 등의 문학 혹은 유명인사의 수필만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사실 글에는 일기도 있고 서간문(편지)도 있다. 그런 글에 ‘대단함’ 혹은 ‘다가가기 어려움’이 있을 리 만무하다. 그래서 『문장강화』에 일기나 서간문의 형식에서 좋은 글의 예시를 보면,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필부필부(匹夫匹婦)의 이들이 쓴 글이다. 다시 말해, 좋은 글은 누구나 쓸 수 있다는 의미이다.


 좋은 글을 누구나 쓸 수 있다면, 좋은 글이라 부를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인가? 상허(尙虛) 이태준 선생에게 있어 좋은 글의 기준은 정해진 게 아니라, 글을 쓰는 ‘목적’에 따라 수 없이 다양한 것이다. 글을 쓸 데에는 그 목적이 각각 다를진대(서간문과 기사문의 목적이 같을리 없다.), 그 목적에 알맞은 ‘도구’의 역할을 하는 글을 좋은 글이라 보았다. 그렇기에 도구의 쓰임에 ‘위계’가 없듯이, 글쓰기에도 ‘위계’라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글쓰기’라는 도구를 잘 쓰느냐에 따라 좋은 글이 갈린다고 보았다. 사실, 도구를 잘 쓰는 것은 기술자이지 귀족이 아니잖은가.


글쓰기는 생활도구이며,

글을 잘 쓰는 것은 기술이다.


 결국 『문장강화』에서 글쓰기란 철저하게 생활도구로 인식된다. 그리고 좋은 글을 쓴다는 것은 그러한 생활 도구를 잘 다루고 쓸 수 있음을 의미한다. 도구를 잘 다루고 쓴다는 것, 그것은 다시 말해 ‘기술’이다. 좋은 글을 쓰는 것은 ‘기술’의 습득이라는 게 상허(尙虛) 이태준 선생의 주요한 생각이다. 그의 문장작법(文章作法)에 대한 생각이 가장 잘 드러내 있는 구절이 있다. 바로 아래의 글이다.


 〈그러니까 글은 아무리 소품이든, 대작이든, 마치 개미면 개미, 호랑이면 호랑이처럼, 머리가 있고 몸이 있고 꼬리가 있는, 일종의 생명체이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한 구절, 한 부분이 아니라 전체적인, 생명체적인 글에서는, 전체적이요 생명체적인 것이 되기 위해 말에서보다 더 설계하고 더 선택하고 더 조직․개발․통제하는 공부와 기술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필요한 공부와 기술을 곧 ‘문장작법(文章作法)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 『문장강화』22p.


 위 글에서 ‘설계’, ‘선택’, ‘조직’, ‘개발’, ‘통제’의 어휘는 글쓰기의 기술적 성격을 여실히 드러낸다. 이것 뿐만이 아니더라도 『문장강화』에서는 글의 곳곳에서 글쓰기에 대한 기술적인 생각을 드러내는 구절들이 많다. 〈언어는 철두철미 생활용품이다.>[각주:1], 〈말도 역시 신이 아닌 사람이 만든 한낱 생활도구다. 완미전능(完美全能)한 신품(神品)이 아니다.>[각주:2],〈훌륭한 문장가란 모두 말의 채집자, 말의 개조․제조자들임을 기억해야 한다.>[각주:3] 등의 구절에서 그 생각을 쉬이 유추할 수 있다.


 그렇기에 상허(尙虛) 이태준 선생에 있어서 글쓰기 기술은 ‘뽐냄’이 아니라 ‘도구적 목적 실현’에 있다. 생활 도구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목적이다. 예쁜 도구보다 쓰기 용이한 도구가 더 좋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을 두고 있기에, 그는 『심청전』,『장화홍련전』등의 글을 좋은 글이라 보지 않는다. 이야기를 전달하려기 보단, ‘유려한 수사법’에 가까운 글의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조차, 책이 드물어서 낭독을 통한 책 읽기의 사회 풍토의 ‘목적’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그는 설명한다. 이러한 모습이 가장 잘 드러낸 부분이 운문과 산문을 설명할 때이다. 〈‘산문이란 오직 뜻에 충실한다’는 의식을 가지지 않으면 어느 틈엔지 음조에 관심이 가고 만다.>[각주:4] 이처럼, 글이라는 생활도구에는 종류에 따라 그 ‘목적’이 있고, 그 ‘목적’에 충실하게 써야한다는 게, 『문장강화』의 글쓰기 지론이다.


글쓰기 사용설명서,

『문장강화』


 『문장강화』도 산문으로 쓰인 글이다. 다시 말해, 그 ‘뜻’이 있다는 말이다. 그 뜻은 쉽게 말하면 ‘글쓰기 사용설명서’라고 할 수 있겠다. 주위 환경에 의해서 저절로 배우게 되는 ‘말’과 달리 ‘글’은 배워야 쓸 수 있는 ‘도구’라는 게 상허(尙虛) 이태준 선생의 생각이므로 『문장강화』는 대단히 친절한 글쓰기 사용설명서이다.


 우리가 흔히 보는 생활 도구(가전제품 등의….)의 사용설명서에는 그림이나 사진이 있다. 보다 쉽게 글을 이해하게 하려는 의도이다. 마찬가지로, 『문장강화』에는 예문이 엄청나게 많다. 책의 절반이 예문으로 채워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한 예문을 통해, 상허(尙虛) 이태준 선생이 하고자 하는 말의 의미를 시각적으로 이해할 수가 있다.


 또한 『문장강화』는 글 자체가 눈에 띄지 않는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글쓰기 사용설명서’인 만큼, ‘사용설명’을 이해하는 데 중점을 두지, 사용설명‘글’을 읽는 데 중점을 두지 않는 다는 말이다. 그래서 『문장강화』의 글은 화려하지도 않고, 웅장하지도 않는다. 오로지 ‘글의 목적’에 맞게 쓰인 것이다. 마치, 장자에서 나오는 “득어망전得魚忘筌”(물고기를 잡고 나면 통발을 잊어버린다.)의 글쓰기의 예를 보여주는 것 같다. 사용설명서의 ‘글’은 잊어버리되, ‘어떻게 사용하는 지’는 알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듯, 『문장강화』는 양반보다는 선비 혹은 평민의 모습에 가깝다. 글에는 왠지 대단한 비밀이 담겨있을 듯 말하며, 글쓰기를 멀리 떨어지게 만드는 글이 아니다. 글쓰기는 누구든지 어디서나 쓸 수 있는 ‘생활 도구’이고, 그 ‘생활 도구’를 잘 쓰는 법을 알려주는 ‘생활적인 글’이다.


 그동안 ‘글쓰기’의 목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어떤 글보다도 생활 속의 글이기에 『문장강화』도 60여 년이 지난(1947년 출판) 지금도 충분히 유의미하다고 본다. 글에 대한 환상과 착각이 생겨난다면, 『문장강화』를 읽음으로써 글쓰기의 ‘본질과 목적’에 대해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1. 이태준, 『문장강화』33p [본문으로]
  2. 위 책, 37p [본문으로]
  3. 위 책, 38p [본문으로]
  4. 위 책, 104p [본문으로]
지나가다가 | 2010.04.18 23:04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어쩌다 보니 이태준의 문장강화가 있어서 글 남깁니다. 이 책의 가치에 대해서는 솔직히 논란이 있습니다. 필독서라고는 절대 할 수 없는 건 확실하고요. 문장 공부는 다른 책으로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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