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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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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07'에 해당되는 글 3건
2008/01/07 00:26
그 누구보다 자신을
속일 수 없다는 사실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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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07 00:22
슬픈 시..
아름다운 눈이 내려오는 날인데도..



눈 온 날 경치
                       이오덕
         
온 산천이 눈으로 덮인
주덕 치과로 가는 길
어린애처럼 놀라면서
가까운 들판이며 먼 산들을 바라보다가
"겨울에는 아무래도 이렇게 눈이 와야 돼."
했더니
운전하던 정우가
어제 텔레비젼에서 본 거라면서
하는 이야기가 이랬다.
  "어미토끼가 마을에 내려와 어느 집에 들어가 먹을 것
을 찾다가 그만 올가미에 걸려 죽었어요. 눈이 무릎까지
쌓여 녹지 않은 지가 벌써 보름도 넘었잖아요. 그러니 산
속 눈구덩이에서 뭘 먹겠어요. 그걸 마을 사람들은 알고
토끼 잡으로 산에까지 올라갈 것 없이 집 안에 앉아 잡는
거지요. 더구나 그 어미토끼는 젖먹이 새끼를 여섯마리나
데리고 내려왔거든요. 아무것도 먹지 못하니 젖인들 어찌
나오겠어요. 그래 새끼들도 데리고 나온 거지요. 새끼들
은 발버둥치다가 죽은 어미 젖을 물고 그대로 죽었어요"
 아, 그렇지 그렇지. 이 눈부시게 환한 아름다운 자연 속
에 그런 끔찍하게 참혹한 일이 있는 거지! 그런 지옥을 저
눈이 덮어 가린 거지! 그걸 또 잊어버리고 있었구나!
  하느님,
  당신은 이 땅에 토끼며 노루며 너구리며 맷돼지들,
  그 밖에 온갖 착한 짐승들을 산속에 들어가 살도록 하셨
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이 몹쓸 사람을 만들어내어 이 땅을
  무서운 지옥으로 떨어지도록 하셨습니까?
  하느님, 제발 좀 대답을 해 주십시오.
  시원한 대답이 아니래도 좋으니
  제발 그 어려운 말만 하지 마시고
  쉬운 말씀으로 우리 온 백성들,
  아니 저 불쌍한 토끼들, 참새들, 땅속에 들어가 있는
  개구리들도 잘 알 수 있는 쉬운 말로 해 주십시오.
  그러나 하느님은 웬일인지 말씀이 없습니다.
  어찌할까요?
  하느님 대신에 제가 말해 볼 수 있을까요?
  그래 생각하다 생각하다 이런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하느님, 이제 깨달았습니다. 이런 것을 깨닫도록 하기
위해 당신은 대답을 아니 하신 거로구나 하는 사실도 깨달
았어요
  하느님,
  당신은 그 토끼들이 마을에 내려가 죽던 날,
  밤이 오기 전 틀림없이 모든 토끼들에게 이런 말을 하셨
지요.
  "토끼들아, 착한 토끼들아, 얼마나 배가 고프냐? 나는
이 춥고 어두운 땅에 너희들이 먹을 것을 찾지 못하게 하
려고 눈을 내린 것이 아니란다. 거칠고 사납고 인정 없는
사람들의 마음을 희고 깨끗하게 씻어 주려고 한 것이란다.
이제 사람들은 저 눈을 보고 그 마음을 흰 눈처럼 깨끗이
씻었을 것이다. 내려가거라. 그들이 잠자고 있는 마을로
가거라. 거기 가면 집마다 버려 놓은 밥찌꺼기가 부억 앞
에 있을 것이고, 뒷담벽에는 씨래기도 있을 것이다. 사람
들은 이제 착해져서 내일 아침 일어나 밥찌꺼기나 씨레기
가 없어져도 너희들을 원망하지 않을 것이고, 도리어 '우리
가 배고픈 짐승들을 살렸다'고 기뻐할 것이다."
  하느님,
  이렇게 말씀하신 것이 맞지요? 저는 믿습니다.
  그런데 참, 그 뒤 어떻게 됐습니까?
  하느님도 똑똑히 보셨지요? 그 어미토끼가 올가미에 걸
려 발버둥칠 때 하느님은 얼마나 놀라고 괴로웠했습니까?
  하느님도 그 어미토끼와 함께 몸부림치셨겠지요.
  아기토끼들을 눈앞에 두고 그것을 생각하며 몸부림치다

  몸부림을 치다가 피를 토하며 죽어갔겠지요.
  이제 이 몹쓸 사람들은
  토끼고 사슴이고 너구리고 개구리고 뱀이고,
  곰이고 맷돼지고 소고 뭐고 다 답아먹고
  강물 바닷물의 고기도 다 잡아먹고
  땅속에 숨어 있는 짐승들 다 잡아먹고,
  하느님, 당신까지 잡아먹고 나면
  사람만 남게 되겠지요.
  그때는 뭘 먹을까요?
  사람끼리 서로 잡아먹는 판이 벌어지겠지요.
  벌써 그 판이 한쪽에서 벌어지고 있어요.
  오, 하느님, 이것은 상상이 아닙니다.
  이것은 엄연한 현실입니다.
  이것은 바로 눈 앞에, 어제도 오늘도 벌어지고 있는
  지옥의 현장입니다.
  다만 그 불쌍한 토끼들이,
  죄없는 수많은 짐승들이
  죽어서 지금쯤 하늘나라에 가서
  따스한 어느 자리에 앉아 맛있는 것을 마음껏
  먹으면서 바깥 하늘에 날리는 눈송이라도 바라보고
  기뻐하고 있는지, 그것은 알 수 없습니다.
  저는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만 그런 것 어찌
  다 알 수 있겠습니까. 오직 지금 이 땅에는
  죽었습니다. 자연도 생명도 죽고 하느님 당신도 죽고
  다만 살아 있는 것은 무지함입니다.
  탐욕입니다. 속임수입니다. 왕따입니다.
  왕따, 그리고 서로 잡아먹기 입니다.
  서로 잡아먹기를 가르치는 학교에
  어른들은 자식들을 보내면서 온통 그 자식들이
  남을 잘 잡아먹도록 날마다 채찍질하기에
  미쳐 버렸습니다. 아주아주 돌아버렸어요.
  오, 하느님, 이 땅위의 이 괴물을
  어찌하시렵니까?
  하루바삐 이 괴물을 싹 쓸어다
  그 어느 딴 세상으로 보내 주십시오
  그렇게 하지 않고 어찌하겠습니까?
  그 밖에 다른 길을 저는 생각을 할 수가 없습니다.
  하느님, 그래서 이 땅에 다시
  산마다 꽃이 피게 하시고
  새가 울고 토끼와 노루가 마음놓고 뛰어다니게
  해 주십시오. 개구리가 울고 뜸부기 소리가 나는
  들판이 되게 해 주십시오. 빨간 저녁노을을
  쳐다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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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07 00:14
고든박골 가는 길 - 8점
이오덕 지음/실천문학사


 순수한 마음으로 말을 건네다.

 이 시집을 쓴 이오덕 선생님은 인생 대부분을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사셨던 분이야. 이 말은 단순히 '교직'에 오래 있었다는 뜻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병들게 하는 교육문제를 보고 조금이나마 바꿔보고자 현장에서 노력했다는 뜻이지. 그런 분이 시를 썼고 그 시는 마치 '어린이'가 쓴 시처럼 '순수'한 마음이 느껴지지. 마음을 병들지 않는 교육을 위해 열심히 직접 '교육'했던 이오덕 선생님은 결국 자기가 쓴 시도 '병들지 않은 마음'으로 쓴 것이지.
 
 순수한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쓴 시는 '생명'에 대해서 '자연'에 대해서 깊게 사랑하고 그것을 병들게 하는 것들에 대해선 분노하기도 하지. 게다가 시가 하나같이 '이오덕' 선생님이 그토록 싫어했던 시같이 말을 비틀고 어렵게 만든 게 아니라, 일상에서 대화하듯이 쉽게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쓰여 있어. 마치, 조근조근 우리에게 말을 거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시들을 하나하나 읽으면서 아직은 때묻지 않았던 나의 어렸을 적 모습이 떠오르고, 지금의 나를 바라보게 하면서 부끄럽게 해. 그러면서 살며시 미소를 띠게 하는 느낌이야. 동화 같은……. 그래, 이건 '진짜' 동시를 읽는 느낌이랄까. 시집을 다 읽고 앞으로 좀 더 어린아이처럼 살아야 하겠다고 다짐을 하게 만든 건, 시 자체의 순수함이 나를 조금은 정화했기 때문이라고 하면 웃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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