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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에 해당되는 글 5건
2009.03.10 21:52
패스포트
김경주 지음, 전소연 사진/랜덤하우스코리아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다.', 『passport』의 어느 페이지에 나오는 말이다. 에테르, 예술가 이전에 과학자에게 관심을 받았던 물체…. 또한 에테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아마 존재하면서 동시에 존재하지 않고 존재하면서 설명되지 않을 수 있는 것". 나에게 『passport』는 에테르였다. 여행은 어떻게 존재하고 무엇으로 설명될 수 있을까. 사람, 풍경, 음식, 교통수단, 이동경로 등…. 우리가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설명할 수 있는 것'뿐이다. 마치, 설명할 수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것처럼…. 그런데『passport』에는 '여행에 대한 설명'은 없다. 여행에 대해 무언가 말하고 있지만, 그 속에 우리가 '이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오로지, '느낄' 수만 있을 뿐…. 『passport』는 여행이 존재하면서 동시에 존재하지 않고, 여행이 설명되지 않아도 좋았다. 1페이지부터 403페이지까지, 김경주는 줄곧 여행에 담긴 에테르에 대해 속삭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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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11 08:36
좁은 문
앙드레 지드 지음, 이혜원 옮김/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이런, 씨바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을 읽는 동안 머리 속에서 내내 떠나지 않는 말이 있었다. 이런, 씨바. 이 책, 현기증으로 나를 어지럽게 했다. 다시 말해서, 머리로 이해하려고 하였으나, 그보다 마음이 먼저 앞서나가 카오스로 뒹그렁 하고 빠져버렸단 말이다. 하여,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은 요러요러하고 이러이러해서 저러저러한 책이다. 라며, 짐짓 '나는 결코 흔들리지 않는 곧은 나무인 듯' 폼 잡는 글, 못쓰겠다. 대신, 시리면서 아릿한 아픔, 주먹을 불끈 쥐고 바들바들 떠는 분노, 그럼에도 그런 아픔을 사랑할 수 밖에는 무력감, 이런 혼란 고대로 보여주겠다. 그게 내가 『좁은 문』을 읽은 느낌이다.


제롬, 아프다 내 마음


 내가 그 누구보다 감정이입이 잘 되었던 이, 그건 제롬이다. 제롬은 처음부터 끝까지, '알리사'만을 좋아한다. 그래, 이 놈 순정파다. 순정파는 죽어라 한 사람을 사랑할 뿐만 아니라, 죽어라 한 사람만을 '바라본다.' 한마디로 다른 곳 볼 줄, 모른다. 아름다운가? 뭐, 그래. 남이 보기엔 아름다울 지도 모르지. 허나, 세상은 영화처럼 순정파가 행복해'져야만'하는 곳이 아니다. 오히려, 그 순정, 쌉싸름하게 변할 때까지 죽어라 마음 아프게 하는 원인이 되는 경우가 다반사.

 그래서 순정파 제롬의 '아름다웠던 시절'은 잠깐 뿐이다. 사랑하는 알리사의 여동생, 쥘리에트가 자신에게 고백하는 순간부터, 아니, 어쩌면 알리사를 좋아했던 순간부터 지독한 아픔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나중에 알겠지만 알리사와는 사랑의 방식이 전혀 달랐으니까. 어찌됬든, '어느 순간' 부터, 알리사는 변한다. 뭐, 변한다기 보다는 원래 그렇게 될 미래였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러한 변화의 순간, 제롬은 불안하다. 본능적으로 자기가 겪게 될 아픔을 느꼈는지도.

 다짐했던 바대로 나는 일요일마다 그녀에게 긴 편지를 썼다. 그 외에 다른 날에는 같은 반 친구들과는 거리를 둔 채 오로지 아벨하고만 어울려 지내며 알리사에 대한 생각에 젖어 살았고 나 자신이 관심 있는 것들보다 알리사가 좋아할 만한 내용을 우선시하여 내가 좋아하는 책에 그녀가 알아보기 편하게끔 표시를 잔뜩 해두었다. 그녀의 편지들은 여전히 나를 불안하게 하는 구석이 있었다. 내 편지에 꼬박꼬박 답장을 하긴 했지만 내게 응하는 그러한 열의 속에는 순수한 마음의 이끌림보다는 내 공부를 격려하기 위한 배려의 마음이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것만 같았다. 또한 작품의 평가와 논의, 비평 등이 나에게는 내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에 지나지 않는 데 반해 그녀에게는 자기 생각을 내게 숨기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간혹 그녀가 재미 삼아 그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어볼 정도로…… 하지만 아무래도 좋다! 일절 불평을 않기로 굳게 마음먹은 나로서는 그러한 불안한 마음이 편지에는 조금도 드러나지 않도록 조심했다. _ 펭귄 클래식, 74-75p

 이때 느꼈던 불안은 훗날, 제롬이 겪게 될 아픔을 본능적 느낀 건지도 모른다. 그러나, 제롬은 알리사를 너무도 좋아해서, 이런 불안을 감히 말할 수 없다. 그래서 알리사에게 보내는 편지에도 이러한 '불안'을 일절 드러내지 않는다. 허나, 상처가 생기면 그때그때 치료해야지, 놔두면 곪게 된다. 본능적으로 느꼈던 불안을 애써 무시했던 제롬은 곧 그 대가를 받게 된다.

"제롬!" 그녀는 내 쪽으로 시선을 돌리지도 않고서 말했다.

"나는 네 곁에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는 느낌이 들어…… 하지만 우리가 행복을 위해 태어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그럼 인간의 영혼이 행복 외에 더 무엇을 바라야 한단 말이야? 나는 흥분한 나머지 격한 어조로 물었다. 그녀가 중얼거렸다.

"성스러움……." 이렇게 말하는 그녀의 음성이 너무도 낮았기 때문에 내가 그 말을 들어다기보다는 그렇게 추측한 것에 가까웠다.

 내 모든 희망이 날개를 펼치고 나에게서 도망쳐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

"난 너 없이는 그곳에 이르지 못해." 나는 이렇게 말하고 난 뒤 어린애처럼 그녀의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서글퍼서라기보다는 사랑에 복받쳐 울음을 터뜨리며 말을 이었다. "너없이는 못해. 너 없이는 못한다고!" 

_ 펭귄 클래식 139p

 알리사의 변화는 여기에 와서 절정을 달린다. 그리고 그 변화의 이유도 밝혀진다. '인간의 행복'보다 더 중요한 '성스러움'이 중요해서라니! 이때, ' 내 모든 희망이 날개를 펼치고 나에게서 도망쳐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에 서 얼마나 내 마음이 쓰렸는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줄, 함께 가고 있는 줄 알았던 알리사는 다른 곳, 다른 길을 걷고 있었으니 그 이루 못할 상실감과 고독감을 어찌하랴. 그 이후 부터, 제롬은 계속 감정의 혼돈 속에서 허우적거린다. 희망이 없을 수록, 더욱 희망에 매달리는 법. 제롬은 알리사에 대한 사랑을 멈출 수가 없다. 세상에는 마음이 멋대로 움직일 때가 있는 법. 그래서 헛된 희망을 품어보기도 하고(그 순간 얼마나 희망에 우쭐했던지! 그때까지도 나의 슬픔은 모두 내 탓이라고 자책하고 있었으므로, 그녀의 말 한마디만으로도 내 마음의 병은 씻은 듯 나을 수 있었으리라. 148p), 차마 알리사를 탓할 수 없어서 자신을 원망하기도 한다. (그러고 나면 나는 곧 모든 불평을 나 자신에게 돌렸다. 그것은 그녀에 대한 비난에 빠져 들고 싶지 않아서기도 했지만, 내가 그녀에게서 무엇을 기대했는지 , 그녀를 무엇으로 비난할 수 있는지 더 이상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154p) 
 
 결국, 순정파 제롬은 알리사에 대한 사랑을 버리지 못한다. 소설의 후반부에 쥘리에트는 묻는다. "희망 없는 사랑을 그렇게 오래도록 마음속에 간직할 수 있다고 믿는 거에요?"  이에 제롬은 답했다. "그래,쥘리에트." 이정도면 순정이 거의 신앙급이다. 이토록 변치 않는 마음을 보며, 분노, 짜증을 넘어, 그저 마음이 아플 뿐이다. 특히, 아래의 한 줄에 너무도 아릿했다.

 아니, 그때도 나는 그대를 책망하진 않았소, 알리사! 다만 지날날의 그대 모습을 더는 알아볼 길이 없었기에 절망하여 울었던 거요. _ 펭귄 클래식, 144p

 

알리사, 너 행복하니?

 『좁은 문』에서 나를 혼돈으로 빠뜨린 주요한 원인, 그게 알리사다. 어렸을 적부터 제롬과 연인이었던, 알리사. 알리사에게 있어서, '제롬'에 대한 사랑은 어떤 의미였을까? 어렸을 때부터 서로를 원했고, 함께 있어서 즐거웠던 사이. 그러나 제롬이 알리사에게 부여하는 의미와 알리사가 제롬에게 부여하는 의미는 애초부터 달랐는지도 모른다. 아직, 알리사가 어렸을 적 그의 아버지와 대화하는 부분에서 알리사가 제롬에게 부여하는 의미를 유추할 수 있다.

"아버지는 그 애가 훌륭한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하세요?"

이 대목에서 외삼촌의 음성이 높아졌다.

"애야, 네가 어떤 의미로 '훌륭한'이란 말을 쓰는 것인지 난 무엇보다도 그걸 알고 싶구나! 보기엔 그렇지 않아도, 그러니까 인간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더라도 사실은 아주 훌륭한 사람도 있는 법이야…… 하느님이 보시기에 아주 훌륭한."

"저도 그런 뜻으로 한 말이에요."

"게다가…… 그걸 어떻게 알 수 있겠니? 그 애는 아직 어리단다…… 물론 장래가 아주 유망하기는 하다만, 성공하자면 그것만 가지고는 안 되는 법이지……."

"그럼 또 뭐가 필요한데요?"

"글쎄, 뭐라고 하면 좋을까? 신뢰라든가, 도움이라든가, 사랑이……"

"도움이라니, 뭘 말씀하시는 거에요?" 알리사가 말을 가로챘다.

"내가 받을 수 없었던 애정과 존경 말이다."

외삼촌이 쓸쓸하게 대답했다. _ 펭귄클래식 37p



 한 번 생각해보자.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그가 '훌륭하기' 때문인가? 아, 물론 여러 좋은 점이 훌륭하게 보일 수는 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은 그 사람의 장·단점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것. 세상에 완벽한 사람 없고, 흠 없이 깔끌한이는 없는법. 훌륭한 사람만 사랑하한다면 도대체 누구를 사랑한단 말이더냐. 

 그렇다면 지금, 알리사가 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냐? 그런 것은 아니다. 사랑하기에 '훌륭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한 가지 있을 수 있다. 바로, '부모(보호자)로서의 사랑'이다. 훌륭한 사람이 되어라. 이 소리를 부모님이 하지, 애인이 하던가. 결국, 알리사의 사랑은 '혼돈으로 빠져드는 뜨거운 감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한 사랑은 알리사와 제롬의 미래가 밝지 않을 것임을 암시한다.

 본격적으로 알리사가 제롬에 대한 태도를 바꾼 사건은 '쥘리에트 고백'사건 이후다. 자신이 사랑하는 친동생 '쥘리에트'가 '제롬'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또 자신과 제롬을 위해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과 결혼을 하려는 것을 알게 된 사건이다. 그 후 알리사는 제롬을 만나지 않고 멀리하는 등, 태도가 완전히 변한다. 그 이유를 '쥘리에트'와 '제롬'을 위해서라고 믿는 알리사. 그게 말이 되? 사랑에 빠져서, 머리보다 마음이 먼저 나오는 사람이 할 수 있는 행동이야? 자기가 쥘리에트와 제롬의 '엄마'라도 되는 줄 단단히 착각하는 거야? 여하튼, 알리사는 이때부터 돌이킬 수 없는 길을 선택한다.

 지금껏 자신이 느꼈던 모든 '행복'을 부정하고, 오직 '성스러움'에만 집착하는 것이다. 자신이 있으면, 제롬이 훌륭한 사람('신'만을 바라보는 사람)이 되지 못함을 슬퍼하는 알리사. 하루 빨리 제롬이 자신을 잊고 '신앙적 동반자'가 되길 원한다. 이를 위해 기도하는 장면이 있다.

 주여! 제롬과 제가 함께, 서로 의지하며 당신 앞으로 나아가도록 하여주옵소서. 한 사람이 다른 이에게 "형제여, 힘들면 내게 기대게."라고 한다면 "자네를 내 곁에서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네."라고 답하는 두 순례자처럼 인생의 길을 따라 걷게 하여주옵소서. 주여, 아니되옵니다! 주께서 우리에게 가르쳐주시는 길은 좁은 길이옵니다. 둘이서 나란히 걸을 수도 없을 만큼 좁은 길이옵니다._ 펭귄 클래식 185p

 이러한 기도는 다시는, 알리사와 제롬이 '연인'관계가 될 수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도에서 알리사가 말하잖는가. '둘이서 나란히 걸을 수도 없을 만큼 좁은 길이옵니다.'.  나란히도 걸을 수 없는 사이. 그게 무슨 연인인가. 그렇게 알리사는 이해할 수 없는 신앙심으로 홀로 여행을 떠나버리고, 얼마 안가 병을 얻어서 죽는다.

 여기까지 읽으니까, 참으로 심란하고 이해할 수가 없더라. 그런데 소설에는 '알리사의 일기' 부분만을 따로 싣는다. 알리사의 시점에서 바라본 이야기는 알리사가 지녔던 마음을 속속들이 보여준다. 일기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모습은 '이해할 수 없는 신앙심'에서, '어느 정도 이해 가능한 인간의 나약한 마음'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렇다. 사실, 알리사는 무척이나 '제롬'은 '연인'으로서 사랑했었다. 그 뿐인가, 쥘리에트를 위한 행동을 '희생'이라 스스로 여기면서, 그 희생의 가치가 바래거나, 인정하지 않을 때에 속으로 가슴 졸였던 것이다. 그런 흔들림 속에서도 자신이 믿고 있는 신앙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씩 나아갔던 게, 알리사의 참모습이다. 아아, 얼마나 인간적인가. 신의 가르침을 그대로 따르는 것은 천사이지 인간은 아니다. 인간은 언제나 번뇌하기 마려인 것을. 그러한 가운데서도 알리사의 '의지'는 대단하였고, 결국 제롬조차 그 마음을 모를 정도로 속였던 것이다.

 미안하지만, 나는 그러한 알리사의 '정신'. 하나도 칭찬하고 싶지 않다. 알리사가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성스러움', '신으로부터의 의무'는 과연 '인간의 행복'보다 중요한 것일까? 제롬은 말했다. "너 없이는 그곳에 이르지 못해." 행복하지 않는 인간이 다가가는 성스러움은 아름다울 수 있는 걸까. 나는 사소하고 그리 대단치 않는 한 마리 '인간'이란 동물이 느끼는 행복감, 그게 더 소중하다. 그 의지가 절정에 다른 알리사의 일기장에 알리사는 오히려 '행복'을 두려워 하는 것 같았다. 마치, 행복한 인간은 성스러울 수 없다고 믿는 듯이. 나는 그러한 삶을 선택한 알리사는 이해할 수 없었다. 제길, 앙드레 지드는 그토록 성스러움을 추구했던 알리사가 후에 천국으로 갔다는 한 줄 쓰지 않았단 말이다!


그리 대단치 않는 행복감, 그게 사랑이 아니더냐.


 영원한 사랑을 갈구한 순정파 제롬과 성스러움을 추구한 알리사. 이 둘은 사랑에 대해 큰 오해를 갖고 있었던 거다.(난, 그렇게 생각한다.) 먼저, 제롬의 마음. 아, 어찌 그 마음을 모를 수 있으리. 첫사랑을 향한 그 끝없는 마음을. 그러나 자신의 첫사랑만, 영원하리라는 법, 당연히 없다. 알리사와의 관계에서 불안함을 느꼈던 순간부터, 제롬은 끝없이 믿고 싶은 것만 믿으면서 자위했다. 인정하기 싫겠지, 그 모든 것을. 그러나 때론 보고 싶지 않은 것도 봐야 할 때가 있다. 그게 어른이다. 또한 첫사랑만이 사랑이 아니다. 알리사와의 사랑이 '대단해'보여서 다른 사랑이 눈에 차지 않을 수 있지만, 그건 착각이다. 알리사와의 행복한 기억, 그건 그리 대단한게 아니다.

 알리사의 경우도 마찬가지. 성스러움이라는 인간이 이르기 어려운 경지에 그토록 다다르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왜 그렇게 제롬을 위한다는 이유로, 자신도 마음이 아파하면서까지 제롬을 멀리하는가. 알리사는 '제롬과 함께'있을 때, '성스러운 경지' 이르지 못할까 두려운 것이다. 아니, 사랑이 뭐 그리 대단한 거라고…. 생각해봐라. 연인관계가 언제나 뜨겁고 격동적일 수만 있던가, 그 뜨거움을 식혀줄 때도 필요한 거지. 수많은 성인도 결국은 인간이란 말이다.

 제길, 도대체 그들은 무엇을 기대한 것일까. 어렸을 적, 서로 함께 밥을 먹고, 울기도 하고, 일을 했던 기억들. 그처럼 그리 대단치 않은 것에 대한 행복감. 그게 사랑이 아니더냐. 영원하지도 않아도 좋고, 위대하지 않아도 좋다. 그 모든 것, 완벽함을 얻지 못해도 행복할 수 있는 것. 바로, 이 점이 오늘도 많은 이들이 고백을 하는 이유가 아닐까.




추신.

 내가 이 책을 읽으며 그토록 흔들렸던 이유. 뭐겠나. 내 안에 제롬과 알리사가 있었기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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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08 19:36
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소담출판사


은사자들

 책의 얼굴인, 첫 페이지. 그 속에는 '은사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기존 사자들과 달리, 색소가 희미한 은사자. 그 '다름' 때문에 사자들 무리에서 따돌림을 받지요. 그래서 은사자들은 그들끼리 모여서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간다' 라는 이야기입니다. 본문에도 등장하는 '은사자 이야기'는 무츠키를 비롯한 '게이'들의 삶을 암시하는 듯합니다.

 맞아요. 쇼코의 남편인 무츠키는 '게이'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사귄 '곤'이라는 애인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아내'인 쇼코는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버럭, 화를 내었을까요? 당장,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으라고 윽박질렀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무츠키의 애인인 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합니다. 종종, '곤 씨랑 고양이가 싸운 이야기'등을 반복해서 들을 정도지요. 조금, 이상하게 느껴지시나요?

사실, 무츠키만큼 쇼코도 '다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언제나 알코올과 함께 사는 쇼코. 그동안 수없이 정신과에 다녔었지만, '알코올 중독'이 아니며, '정상적인 범위를 넘지 않는 정신병'이라는 이상한 진단만 받습니다. 이러한 사정이기에 쇼코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러니까 이런 거다. 알코올 중독에 걸린 아내와 호모 남편, 참 내, 그야말로 끼리끼리다."

 기묘한 두 사람. 아니, 무츠키의 애인인 곤까지 합쳐서 세 사람의 이야기는 기묘하고도 기묘합니다. 이들은 조금, 다릅니다. 쇼코까지 포함해서요. 마치, 무리에서 떨어져 사는 은사자들처럼 말이죠. 책의 말미에 무츠키 아버지는 쇼코에게도 '은사자의 모습'이 느껴진다고 말합니다. 쇼코가 '게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하지만, '무리에서 떨어진 은사자의 모습'에는 일치하지요. 이렇듯, 『반짝반짝 빛나는』은 은사자들의 평범한 일상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단지, 은사자가 아닌 사자들이 볼 때는'기묘'하게 보일 뿐이죠.

사랑이 뭘까?

 저는 이 '은사자들'의 삶을 보면서, 그동안 꼭꼭 눌러두었던 질문이 튀어 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바로, '사랑'에 대한 질문입니다. 기나긴 세월동안 수많은 이들은 이 질문을 했을 테죠. '사랑이 뭘까?'. 지금쯤은 알 법도 한데, 정말이지, 저는 모르겠어요. 영화 '아는 여자'에서 '동치성'은 말합니다. "난 첫사랑이 없다." 그 동치성의 마음과 비슷하달까요. 지금까지, 누군가를 '사랑했었노라'라고 성급히 말할 수 있는 '믿음'은 없습니다. 다만, 그게 '사랑'이 아니었을까고 되묻는 '행동'만이 남았을 뿐이죠.

 저는 궁금했습니다. 쇼코와 무츠키와의 관계는 사랑일까요 아닐까요. 사회적 시선으로 본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겠지요. 무츠키는 쇼코를 한 번도 안지 않았고, 그 흔한 키스조차 안 했을 뿐더러 무엇보다 무츠키는 '게이'이니까요. 처음의 그들은 참, '쿨'합니다. 서로 애인을 자유롭게 갖는 결혼 생활, 무츠키가 밤늦게 들어오지 않아도 기다리지 않는 쇼코, 쇼쿄에게 애인을 권하는 무츠키…. 이러한 삶은 쇼코의 독백에서 잘 드러납니다.

[각주:1]"이런 결혼 생활도 괜찮다, 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아무것도 추구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잃지 않는다. 아무것도 무섭지 않다. 불현듯, 물을 안는다는 시아버지의 말이 떠올랐다."

 그런데 이야기가 흐를수록 '쿨함'은 '애매함'으로 변해갑니다. 어느 날 쇼코는 새벽까지 무츠키를 기다리기도 하고, 쇼코를 생각해서 쇼코의 옛 애인을 만나게 한 '무츠키'를 '용서할 수 없는' 감정을 느낍니다. 물론, 무츠키의 '게이'인 모습을 원망하거나 싫어하는 게 아닙니다. 무츠키의 '애인'인 곤도 좋아하고, 무츠키가 '곤'을 만나는 것도 좋아하는 쇼코이니까요. 무슨 말인지 아시겠어요? 쇼코는 '게이'인 무츠키를 좋아하는 겁니다. '게이'부분을 뺀 무츠키가 아닌, '곤'을 애인으로 둔 '게이 무츠키' 그 자체를 좋아하는 것입니다. 그 감정을 '쿨함'이라 표현할 순 없을 겁니다. 마침내 쇼코는 이러한 독백을 합니다.

[각주:2]"나는 그저 무츠키와 함께 둘만의 생활을 지키고 싶을 뿐이다. 잃을 것이 하나도 없었어야 할 우리의 결혼 생활. 나는 무츠키를 만나기전까지는 무언가를 지킨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 보지 않았다."

 무츠키와 그 애인인 곤은 어떨까요? 무츠키는 자상합니다. 크리스마스날, 쇼코는 선물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는데 비해, 무츠키는 항상 빼먹지 않습니다. 게다가 항상 쇼코가 좋아하는 것을 선물하지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쇼코가 계속 우울함에 빠져 있을 땐, 쇼코의 옛 애인을 만나게 해주기까지 하지요. 물론, 그 때문에 쇼코는 무척 가슴 아퍼하지만…. 무츠키는 쇼코를 싫어하지 않습니다. '함께 사는 가족'으로서 쇼코를 좋아합니다.

 곤도 쇼코를 마음에 들어 합니다. 곤의 입장에서 쇼코는 '애인의 아내'입니다. 얼마든지 질투를 할 수 있는 위치이지요. 그런데도 쇼코와 곤은 사이가 좋습니다. 그냥, 친절한 사이가 아닌, 함께 있으면 편한 사이랄까요. 쇼코는 무츠키와 단둘이 시간을 보내는 것보단, 곤을 불러 셋이 함께 있는 시간을 더 좋아합니다. 쇼코에 있어서 '곤'이 없는 무츠키는 무츠키가 아닙니다. 무츠키를 좋아하는 만큼, 무츠키와 함께하는 곤도 좋아하지요. 이런 쇼코를 곤도 싫어하지 않습니다.

 이 기묘한 풍경에서 '사랑'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알 듯 모를 듯, 애매한 감정만이 흐릅니다. 어쩌면, 이들의 감정 속에는 '은사자가 아닌 사자'들이 생각하는 '사랑'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은사자들'에게 있어서 사랑은 쇼코의 독백 속에 그 힌트를 알 수 있습니다.

 [각주:3]"무츠키처럼 선량한 사람한테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일지도 모른다. 가족으로서의 자상함과 우정, 그저 그뿐인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나는, 때로 견딜 수없이 괴로워진다. 온몸이 애처로운 과일처럼 되어버린다."

 [각주:4]"무츠키와 잘 수 없어서가 아니라, 이렇게 태연하고 부드럽고 자상한 무츠키를 견딜 수 없다. 물을 안는 기분이란 섹스가 없는 허전함이 아니라, 그것을 서로에 대한 콤플렉스라 여기고 신경을 쓰는 답답함이다."

 쇼코에게 있어서 무츠키의 '가족으로서의 자상함과 우정'은 자신을 괴롭게 합니다. 그에 대해 두 번째 독백에서 잘 나와있습니다. '섹스가 없는 허전함이 아니라, 그것을 서로에 대한 콤플렉스라 여기고 신경을 쓰는 답답함'으로 구체화된 무츠키의 자상함이 쇼코는 괴롭습니다. 다시 말해, '신경을 쓰지 않았으면'합니다. 이야기 속에서 쇼코는 항상 말합니다. '그냥 이대로 계속 되었으면 좋겠다.' 쇼코는 무츠키와 함께 있는 삶이 무척 마음에 듭니다. 그래서 '약간의 무리'를 해서라도 부모님을 '거짓'으로 납득시키고 무츠키와 함께 있으려 합니다. 물론, 곤도 함께요.

 이 기묘한 이야기. 사랑인지 아닌지 알쏭달쏭한, 사랑이 무엇인지 질문을 하게 만드는 이야기의 마지막은 더욱 기묘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무츠키와 함께 사는 쇼코. 그들이 사는 아파트 바로 아래층에는 무츠키 애인인 곤이 살고 있습니다. 쇼코는 남편 그리고 남편의 애인과 함께 살며, 무츠키는 아내 그리고 애인과 함께 살며, 곤은 애인과 애인의 아내와 함께 살아갑니다. 이렇게 이야기는 끝이 나는 지금, 아직도 저는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겠어요. 다만, 저 기묘한 풍경 속에 '사랑'이 어디엔가 놓여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듭니다. :)




어쩌면, 이제는,
사랑이 무엇일까 라는 질문보다
사랑이 어디에 놓여 있을까
라는 질문을 해야 되는 걸까요?






  1. 『반짝반짝 빛나는』(소담출판사, 56p) [본문으로]
  2. 『반짝반짝 빛나는』(소담출판사, 171p) [본문으로]
  3. 『반짝반짝 빛나는』(소담출판사, 183p) [본문으로]
  4. 『반짝반짝 빛나는』(소담출판사, 183p)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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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12 20:24

문장강화
이태준 지음, 임형택 해제/창비(창작과비평사)


글쓰기는 생활도구이다!

- 이태준, 『문장강화』


좋은 글쓰기란 무엇인가?


 글을 잘 쓴다는 것, 그것은 좋은 글을 쓴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그렇다면 좋은 글이란 무엇일까? ‘좋은 글’이라 하면, 무언가 대단한 것이라 생각하기 마련이다. 엄청난 양의 고전이나, 사람들에게 추앙받는 몇몇 글들을 통해 그런 이미지가 생성되었다. 다가가기가 어렵고, 자신과는 매우 동 떨어진 그런 글이 좋은 글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상허(尙虛) 이태준 선생이 쓴 『문장강화』에서 좋은 글이란, 대단한 것이 아니다. 글이라 하면 시나 소설 등의 문학 혹은 유명인사의 수필만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사실 글에는 일기도 있고 서간문(편지)도 있다. 그런 글에 ‘대단함’ 혹은 ‘다가가기 어려움’이 있을 리 만무하다. 그래서 『문장강화』에 일기나 서간문의 형식에서 좋은 글의 예시를 보면,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필부필부(匹夫匹婦)의 이들이 쓴 글이다. 다시 말해, 좋은 글은 누구나 쓸 수 있다는 의미이다.


 좋은 글을 누구나 쓸 수 있다면, 좋은 글이라 부를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인가? 상허(尙虛) 이태준 선생에게 있어 좋은 글의 기준은 정해진 게 아니라, 글을 쓰는 ‘목적’에 따라 수 없이 다양한 것이다. 글을 쓸 데에는 그 목적이 각각 다를진대(서간문과 기사문의 목적이 같을리 없다.), 그 목적에 알맞은 ‘도구’의 역할을 하는 글을 좋은 글이라 보았다. 그렇기에 도구의 쓰임에 ‘위계’가 없듯이, 글쓰기에도 ‘위계’라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글쓰기’라는 도구를 잘 쓰느냐에 따라 좋은 글이 갈린다고 보았다. 사실, 도구를 잘 쓰는 것은 기술자이지 귀족이 아니잖은가.


글쓰기는 생활도구이며,

글을 잘 쓰는 것은 기술이다.


 결국 『문장강화』에서 글쓰기란 철저하게 생활도구로 인식된다. 그리고 좋은 글을 쓴다는 것은 그러한 생활 도구를 잘 다루고 쓸 수 있음을 의미한다. 도구를 잘 다루고 쓴다는 것, 그것은 다시 말해 ‘기술’이다. 좋은 글을 쓰는 것은 ‘기술’의 습득이라는 게 상허(尙虛) 이태준 선생의 주요한 생각이다. 그의 문장작법(文章作法)에 대한 생각이 가장 잘 드러내 있는 구절이 있다. 바로 아래의 글이다.


 〈그러니까 글은 아무리 소품이든, 대작이든, 마치 개미면 개미, 호랑이면 호랑이처럼, 머리가 있고 몸이 있고 꼬리가 있는, 일종의 생명체이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한 구절, 한 부분이 아니라 전체적인, 생명체적인 글에서는, 전체적이요 생명체적인 것이 되기 위해 말에서보다 더 설계하고 더 선택하고 더 조직․개발․통제하는 공부와 기술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필요한 공부와 기술을 곧 ‘문장작법(文章作法)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 『문장강화』22p.


 위 글에서 ‘설계’, ‘선택’, ‘조직’, ‘개발’, ‘통제’의 어휘는 글쓰기의 기술적 성격을 여실히 드러낸다. 이것 뿐만이 아니더라도 『문장강화』에서는 글의 곳곳에서 글쓰기에 대한 기술적인 생각을 드러내는 구절들이 많다. 〈언어는 철두철미 생활용품이다.>[각주:1], 〈말도 역시 신이 아닌 사람이 만든 한낱 생활도구다. 완미전능(完美全能)한 신품(神品)이 아니다.>[각주:2],〈훌륭한 문장가란 모두 말의 채집자, 말의 개조․제조자들임을 기억해야 한다.>[각주:3] 등의 구절에서 그 생각을 쉬이 유추할 수 있다.


 그렇기에 상허(尙虛) 이태준 선생에 있어서 글쓰기 기술은 ‘뽐냄’이 아니라 ‘도구적 목적 실현’에 있다. 생활 도구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목적이다. 예쁜 도구보다 쓰기 용이한 도구가 더 좋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을 두고 있기에, 그는 『심청전』,『장화홍련전』등의 글을 좋은 글이라 보지 않는다. 이야기를 전달하려기 보단, ‘유려한 수사법’에 가까운 글의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조차, 책이 드물어서 낭독을 통한 책 읽기의 사회 풍토의 ‘목적’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그는 설명한다. 이러한 모습이 가장 잘 드러낸 부분이 운문과 산문을 설명할 때이다. 〈‘산문이란 오직 뜻에 충실한다’는 의식을 가지지 않으면 어느 틈엔지 음조에 관심이 가고 만다.>[각주:4] 이처럼, 글이라는 생활도구에는 종류에 따라 그 ‘목적’이 있고, 그 ‘목적’에 충실하게 써야한다는 게, 『문장강화』의 글쓰기 지론이다.


글쓰기 사용설명서,

『문장강화』


 『문장강화』도 산문으로 쓰인 글이다. 다시 말해, 그 ‘뜻’이 있다는 말이다. 그 뜻은 쉽게 말하면 ‘글쓰기 사용설명서’라고 할 수 있겠다. 주위 환경에 의해서 저절로 배우게 되는 ‘말’과 달리 ‘글’은 배워야 쓸 수 있는 ‘도구’라는 게 상허(尙虛) 이태준 선생의 생각이므로 『문장강화』는 대단히 친절한 글쓰기 사용설명서이다.


 우리가 흔히 보는 생활 도구(가전제품 등의….)의 사용설명서에는 그림이나 사진이 있다. 보다 쉽게 글을 이해하게 하려는 의도이다. 마찬가지로, 『문장강화』에는 예문이 엄청나게 많다. 책의 절반이 예문으로 채워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한 예문을 통해, 상허(尙虛) 이태준 선생이 하고자 하는 말의 의미를 시각적으로 이해할 수가 있다.


 또한 『문장강화』는 글 자체가 눈에 띄지 않는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글쓰기 사용설명서’인 만큼, ‘사용설명’을 이해하는 데 중점을 두지, 사용설명‘글’을 읽는 데 중점을 두지 않는 다는 말이다. 그래서 『문장강화』의 글은 화려하지도 않고, 웅장하지도 않는다. 오로지 ‘글의 목적’에 맞게 쓰인 것이다. 마치, 장자에서 나오는 “득어망전得魚忘筌”(물고기를 잡고 나면 통발을 잊어버린다.)의 글쓰기의 예를 보여주는 것 같다. 사용설명서의 ‘글’은 잊어버리되, ‘어떻게 사용하는 지’는 알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듯, 『문장강화』는 양반보다는 선비 혹은 평민의 모습에 가깝다. 글에는 왠지 대단한 비밀이 담겨있을 듯 말하며, 글쓰기를 멀리 떨어지게 만드는 글이 아니다. 글쓰기는 누구든지 어디서나 쓸 수 있는 ‘생활 도구’이고, 그 ‘생활 도구’를 잘 쓰는 법을 알려주는 ‘생활적인 글’이다.


 그동안 ‘글쓰기’의 목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어떤 글보다도 생활 속의 글이기에 『문장강화』도 60여 년이 지난(1947년 출판) 지금도 충분히 유의미하다고 본다. 글에 대한 환상과 착각이 생겨난다면, 『문장강화』를 읽음으로써 글쓰기의 ‘본질과 목적’에 대해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1. 이태준, 『문장강화』33p [본문으로]
  2. 위 책, 37p [본문으로]
  3. 위 책, 38p [본문으로]
  4. 위 책, 104p [본문으로]
지나가다가 | 2010.04.18 23:04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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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박권일 지음/레디앙


 우석훈 씨가 쓴 88만원 세대는 10대와 20대에게 들려주는 ‘2000년대’ 20대가 처한 현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인 ‘당사자’들에게 지금 겪고 있는, 곧 겪게 될 현실을 알려주고 그들의 미래, 그리고 한국 사회의 미래를 위해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위험’할 거라며 한국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경고’하고 있다. 그에 대해 자세히 살피기 전에, 2000년대 한국 사회가 20대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떠한지 잠시 주위 풍경 3가지를 살펴보자.

풍경 하나. 10대가 20대를 바라보는 시선

 현재, 한국의 대다수의 10대는 (아직도)입시 공부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 그들은 20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잠시, 최근 10대의 변화를 살펴보자. 1990년대와 2000년대의 10대는 달라졌다. 1990년대 한국의 10대들의 ‘골칫거리’였다. 그들은 기존의 룰을 깨부수기 시작했다. 더 이상 그들을 답답하게 옥죄고 있는 것에 대해 참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저항’이였다. 교실 붕괴, 청소년 문제가 부각되기도 하고, 대안 학교와 새롭고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사회 전반을 흐르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10대들은 그전의 모습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취하고 있다. 오히려 입시 제도에 그 누구 보다 잘 적응하고, 반항보다는 순종적인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에 대해 『다시, 마을이다』에서 조한혜정 교수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청소년 무기력증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아마도 가장 큰 원인은 그들에게 모델이 없다는 점일 겁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일류 대학을 나와도 취업을 하지 못하는 형과 언니들을 보면서 이들은 지레 겁을 먹고 있습니다. 점점 자신감을 잃어 가면서 이들은 스스로 삶을 개척하기보다 어딘가 기댈 곳을 찾는 데 급급합니다. 학교라는 ‘제도’에 남아 있으면서 부모에게 ‘순종’하는 것이 그나마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린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랬다. 언젠가 ‘20대’가 될 ‘10대’는 더는 20대에서 ‘모델’을 찾지 못했다. 자신이 되고 싶은 20대의 모습을, 어른의 모습을 잃어버린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학벌에, 경력에, 취업에 모든 것을 걸어도 ‘사회적 약자’ 그 이상 되지 못하는 20대의 모습을 보면서 10대는 더는 ‘20대’가 되기를 꿈꾸지 않는다. 다시 말해, 독자적인 ‘20대 어른’이 되는 것보다 ‘언제까지나 순종하고 보호받는 10대’로의 선택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10대, 그들에게 있어서 20대는 ‘조금 더 지연시키고 멀리하고 싶은 것’이 된 것이다.

풍경 둘. 20대가 20대를 바라보는 시선

 매스컴과 어른들이 지겹도록 외치는 소리가 있다. ‘무한 경쟁의 시대’. 그게 왜 온 건지, 정말 좋은 건지에 대한 생각은 접어두고 당장 ‘무한 경쟁의 시대에 적응’하라고 20대는 떠밀려졌다. 과거 20대의 에너지가 넘쳤던 대학사회는 이제는 볼 수가 없다. 그동안 지겹도록 한 ‘입시 교육’을 넘어서는 무언가 ‘새로운 학문 탐구’와 ‘질문’은 들리지 않는다. 지금껏 ‘입시’를 위해 달려온 그들에게 대학과 사회는 ‘주문’한다. 이제, ‘취업’을 향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릴 때라고….

 ‘무한 경쟁’의 원리를 선택한 사회는 20대가 20대를 ‘경쟁자’로 보게 만들고 있다. 좁은 취업 전선에서 나의 직장을 가로챌 수 있는 ‘잠재적 경쟁자’로써 말이다. 집단 중심의 포디즘의 시대가 지나고 개인주의 성향으로 변화 된 20대는 안타깝게도 ‘개인주의로써의 연대’의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했다. 서로 다름을 존중하고 다양한 색깔들을 아름답게 엮는 대신, 그들은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 과거 집단중심의 몇몇 그룹을 제외한 이들은 모두 ‘도서관’, ‘독서실’, ‘고시 학원’, ‘유학’ 등으로 흩어진 것이다.

 무한 경쟁이라는 시대 속에서 이루어진 20대의 파편화 현상은 서로를 ‘경쟁자’로만 이해하게 만들었다. 또한 그들은 “20대는 게으르고 나태하며 어리석고 멍청하다”라는 이야기에 어느새 ‘수긍’하면서 서로 ‘경멸’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제 그들에게 있어, ‘소통’과 ‘믿음’이라는 단어는 이해할 수 없는 ‘차원’의 이야기가 되어버린 걸까.

풍경 셋. 주류 어른들이 20대를 바라보는 시선

 이 시선은 386의 40대든, 박정희를 좋아하는 50대든 다르지 않다. 자신을 좌파라고 하든, 우파라고 하든 시선의 형태는 같은 것이다. 그건 “20대는 찌질하다.”라는 시선이다. 소위 자신을 좌파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20대의 탈정치성’을 비판한다. “2000년대, 20대는 『자본론』을 읽지 않고, 사회에 고민하고 토론하지 않는다. 그저 ‘소비’를 즐길 뿐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파 또한 다르지 않다. 각종 기업에서는 대학생들을 “재교육이 필요할 만큼 할 줄 아는 게 전혀 없다”, “세계화 시대에 어울리는 인재가 없다.”라고 한탄한다. 그랬다. 한국 사회의 어른들은 “20대가 만들어갈 미래”가 걱정된다. 단군 이래, 그토록 게으르고 멍청하고 무기력한 이들은 없었기에! 정말 그러한가?

 이 3가지 풍경은 ‘한국 사회’가 20대를 바라보는 시선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하나 같이 “쯧쯧쯧…….”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게 자신의 불안한 ‘미래’가 될까 걱정하든, 무한 경쟁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또래에 대한 ‘한심하다는’ 생각이든, 자신의 입장에 따라 이유는 다르지만 어쨌든 ‘멍청하다’는 생각이든지간에 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석훈 씨는 사회가 바라보는 시선이 아닌, 20대가 처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려고 한다. 2000년대 한국의 20대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성인이 되는 시기가 늦춰진 20대

『88만원 세대』에서 우석훈 씨는 ‘지체된 성장, 늦은 데뷔’라는 말을 쓰고 있다. 그랬다. 2000년대 한국의 20대는 ‘성인식’과 ‘성인이 되는 시기’의 괴리감이 커지고 있다. 책의 첫장을 여는 ‘동거’의 문제부터 시작된 ‘독립’ 문제는 철저히 ‘경제’적인 접근으로 다가간다. 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동거’하며 독립하며 살아가지 못하는가? (이 질문의 방점은 ‘독립’이다.) 그 질문에 대해 고민하면, ‘20대가 처한 사회․경제적 현실’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주거비’, ‘대학등록금’, ‘알바 시장’, ‘청년 실업’ 이런 키워드가 등장하게 된다. 20대가 부모를 떠나서 혼자 살 수 있을 만큼, 주거비가 책정되고 있는가? 또한 스스로 대학 등록금을 낼 수 있을 정도로 등록금의 크기가 정해졌는가? 이 모든 생활비용을 벌기에는 ‘청년 실업’은 막강하고, ‘알바 시장’은 극단적 착취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20대가 ‘독립’하며 건전한 ‘성인’으로 산다는 것을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에 대해 우석훈 씨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스무 살에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살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지옥이 펼쳐질 것이다. 절대로 독립을 인정하지도 않고, 독립할 수 있는 경제적 질서와 제도를 만들려고 하지 않는 한국형 청소년 시스템은 부자 부모를 둔 소수의 청소년을 제외한 나머지는 스스로 독립을 하여서는 정상적인 시민으로 전환되기가 매우 어렵다.” - 『88만원 세대』44쪽
 
 결국, 2000년대 20대는 ‘나약하고 무기력하기에’ 독립을 못하는 게 아니라, 사회․경제적인 구조 속에서 ‘독립’을 지연당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당장 ‘혼자 살아가기도’ 벅찬 상황에서 그들은 ‘고소득과 안정적인 직장’에 목숨을 건다. 학점을 따고, 경력을 쌓고, 취업 전선에 뛰어든다. 왜? 그러지 않으면 정상적인 ‘성인’으로서 살아가기가 힘드니까……. 쥐꼬리만도 안 되는 월급보다 작은 알바비를 받으면서 스스로 ‘주거비’과 ‘학습비’ 그리고 ‘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을까? 독립하지 못하는 20대, 그런데 20대의 현실은 이것만이 아니다. 게다가 바로, 아래에서 살펴볼 20대의 현실은 ‘한국 사회’의 미래와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승자독식의 획일화에 짓눌린 20대

 한국 사회는 20대에게 이런 말을 한다. “아니꼬우면 이기든가?” 무한 경쟁, 그리고 승자독식의 사회 구조에서 ‘유리한 이’는 더욱 유리해지고 ‘불리한 이’는 더욱 불리해진다. 칠전팔기라는 말처럼,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는 이에게 희망을 주는 사회가 아니다. 이미 오래전 ‘입시 게임’부터 시작된 이 ‘무한 경쟁’은 단 한번만 삐끗해서 넘어지는 순간 그대로 ‘게임 오버’다. 

 게다가 그 ‘경쟁’은 ‘크고 강한 자’만이 이기도록 구조화되어있다. 말 그대로 ‘공룡’만이 지배하는 사회인 것이다. 그렇기에 최근 한국 경제에서 보여주는 ‘대기업’은 잘나가는데, ‘중소기업’은 망하는 모습과 ‘프렌차이점과 대형할인마트’는 사람으로 넘쳐나는데, ‘자영업’과 ‘지역경제’는 죽어버리는 모습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20대는 더는 사회에 대한 ‘도전’과 ‘고민’과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내뿜지 않는다. ‘크고 강한자’의 구조속에 들어가기 위해, ‘획일화’되는 것이다. 어차피, ‘적자생존’의 사회인데 ‘크고 강한 공룡’들이 지배하는 사회가 나쁘지 않느냐고 생각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에 대해 『88만원 세대』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적자생존을 강요하지만, 사실 생태계에서는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나름대로의 기능을 가지고 살아가게 된다. '적절하다는 것'이 반드시 강한 것을 의미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생태계는 다양성을 통해서 '안정성'이라고 부를 수 있는 복원성을 만들어내는데, 경제시스템도 마찬가지이고, 그래서 21세기 이후에 국제적으로 문화 다양성과 산업 다양성이 중요한 화두가 된 셈이다. 한국 경제는 지금 다양성이라는 가장 큰 자산을 스스로 파괴하는 중이다. 그 파괴의 현장마다 파괴된 집안의 비극과 가장들의 비극이 하나씩 생산된다. 이걸 한국 경제판 '공룡의 비극'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 『88만원 세대』245쪽

 결국은 한국 사회의 구조 속에서 점점 ‘획일화’되고 있는 20대는, 한국 사회에 있어서 큰 위험인 것이다. 사실, 이것은 기업들조차 알고 있다. 그래서 항상 말하지 않는가. “20대는 다 똑같다!” 이렇게 ‘대기업’이 투덜거려도, ‘중소기업’을 망가뜨리는 구조 속에 배치되어 있는 한 20대는 획일화 증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그와 동시에 20대의 생활고는 심해질 테고, 한국 사회의 미래도 ‘적응하지 못하는 미래’가 될지도 모른다는 암울함이 조금씩 깃들 테다. 그래서 『88만원 세대』라는 책을 사회에 내놓고 다같이 ‘고민’하고 ‘행동’하자고 책의 저자(우석훈, 박권일)는 주장하는 것이다.

20대는 사회의 골칫덩어리들이 아니라 한국 사회 문제를 푸는 열쇠이다!

 2001년 문을 연 ‘하자작업장학교’는 슬로건이 ‘10대는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자원이다’였다. 그리고 그 ‘10대’가 ‘20’대가 되는 현재, “20대는 사회의 골칫덩어리들이 아니라 한국 사회 문제를 푸는 열쇠이다!”라고 주장해야할 시점이다. 물론, 이 목소리를 외치는 주체는 ‘10대와 20대’이다. 사회 문제가 직접적으로 겪는 당사자들이 스스로 외쳐야만 꼬인 실타래를 풀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우선, 2000년대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20대들은 언제까지나 ‘한국사회’가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부끄러워하며 의기소침해서는 안 된다. 분명, 구조적인 문제임에도 그저 한 개인, 한 세대의 ‘무기력과 나태함’으로 포장하려는 것은 당장의 ‘안락’을 위해서 미래를 위한 ‘고민’도 하지 않겠다는 ‘어른들과 10대, 20대의 무책임함’이다.

 왜? 10대와 20대도 무책임한 것이냐? 간단하다. 구조의 문제가 존재함에도 그것을 무시하고 순응하는 것은 나와 다른 이들을 더 나은 ‘사회’로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저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는 ‘10대’도 ‘20대’도, 그리고 ‘어른’들 조차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 물론, 가장 먼저 ‘잘못된 구조’속에서 희생양이 되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20대와 10대다. 10대 그리고 20대들은 여태껏 ‘게임’을 이기는 법을 ‘무한 경쟁’이라고만 배웠다. 그러나 지금 그들이 겪는 문제는 ‘협력과 연대’라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해법을 필요로 한다. 10대와 20대 사이의 ‘연대’ 뿐만이 아니라, 다른 한국 사회의 구성원들과의 ‘협력 게임’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들 스스로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의 미래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다. 한국 사회의 모든 세대, 심지어 자기 세대에서조차 천대받고 있는 20대가 한국 사회에 끔찍하게 다가오는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라는 것은 역설적인 진실이다. 『88만원 세대』는 그들을 한국사회처럼 천대하는 대신, 굳게 잠긴 한국사회문제 자물쇠의 ‘열쇠’가 되기를 권한다. 선택은 스스로의 몫일 테다. 마지막으로 책『88만원 세대』가 ‘88만원 세대’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정확히 짚은 책의 일부분을 소개하면서 글을 마친다.

“지금 우리나라의 88만원 세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그들만의 바리케이드와 그들의 한 발이라도 자신의 삶을 개선시키기 위해 필요한 짱돌이지, 토플이나 GRE 점수는 결코 아니다. 엄페물 없이 은페되어 있는 20대가 하나의 주체로서 목소리를 내는 과정, 이 흐름은 개별적으로 입사 시험 보면서 '단단한 직장'을 잡는 과정과는 조금 다르다. 평균이라는 통계학적 개념이 적용되고 사회적 구조라는 경제사회적 현실이 존재하고, 제도라는 역사적이며 고고학적인 공유 자산의 영역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사회 특히, 기성세대가 자신들을 지키는 바리케이드를 20대와 공유하지 않으려고 하는 현 시점, 20대도 어떤식으로든지 더 사회적이고 정치적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가지려고 할 필요가 있고, 그들의 요구가 조금이라도 새로운 반적의 계기를 찾을 수 있도록 작은 '짱돌'을 사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흐름이 발생하지 않으면 20대들은 한 명씩 자신의 골방에 '은페'되어 고립되고, 파편처럼 공격받으며 오히려 기성세대들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이렇게 못 살게 된 것은 다 20대들이 게으르고, 부모들의 뼈골을 빼먹기 때문이다."

 이런 사이비 과학의 주장들이 이론화되고 주류 담론화되면서 20대를 희생양으로 몰아나가는 흐름 앞에서 도대체 바리케이드와 짱돌 없이 어떻게 최소한의 자신들의 자존심과 존재감이라도 지킬 수 있겠는가? 개인적으로 지독한 우울증 속에서 경제적 소수자로 전락할 것인가 아니면 이 비정규직 일반화를 전면에 내세운 세대 착취의 경향을 조금이라도 저지할 것인가? 지금 바로 그 전환점에 우리가 서 있는 셈이다.” 『88만원 세대』291쪽



* 본 글은 '사회과학입문' 과제로 제출했음을 알려드립니다.-_-;
  조희연쌤, 이건 결코 복사해서 붙여놓은 게 아니에요……. ;ㅅ;
 
  덧. 별점은 제 마음대로 :p

Favicon of http://solarhalfbreed.tistory.com BlogIcon ludensk | 2008.05.13 22:31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20대중에 사회의 골칫덩어리'들이 많이 줄어드는 것 같아 슬퍼요ㅠ
모두 너무 현실적으로 돌아가는듯...ㅠㅠ
Favicon of http://trueandmonster.tistory.com BlogIcon 람바울여 | 2008.05.14 03:58 신고 | PERMALINK | EDIT/DEL
아....--;;;;
카나리아 | 2008.06.29 22:33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전 오히려 반대로 생각하는데요

20대중에 소수의 골칫거리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권력에 순종적이었죠.

한나라당의 주 지지층도 20대였구요..orz

반면 10대들은 오히려 인터넷에서 적극적으로 정보를 채집하고, 시사 문제에도 관심 갖는거 같더군요.

오히려 20대처럼 폭발적이고 감정적이지 않고, 문제를 차분하게 분석하여 판단하려는거 같더군요.

실제로 모 포털의 뉴스기사 분류만 보더라도, 20대는 아이돌 가수라던가 TV드라마만 상위권에 오르지만, 10대들은 가끔씩 시사 관련 뉴스도 오르는점을 보면 20대가 정말 다른 의미로 '골칫거리'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Favicon of http://trueandmonster.tistory.com BlogIcon 람바울여 | 2008.06.30 09:04 신고 | PERMALINK | EDIT/DEL
글을 읽어보시면 '반항하는 의미'의 골칫덩어리가 아니라, '순종적인 의미'의 골칫덩어리라고 쓴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찌질하게 순종적인 20대' ㅉㅉㅉ..이렇게 '20대 개개인'의 문제로 보기에는 '구조'의 함정이 있다는 것이죠. 다시 한번 읽어보세요. '-'
Favicon of http://www.truereligionjeansusvip.com BlogIcon true religion jeans outlet | 2012.12.05 16:53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이렇게 '20대 개개인'의 문제로 보기에는 '구조'의 함정이 있다는 것이죠. 다시 한번 읽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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